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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급팽창 파생상품 거품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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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빗발치는 투자자들 항의에 '곤혹'

올 초 대구시내 한 은행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 은행이 팔았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큰 폭의 원금 손실이 발생,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가입자들은 "은행에서 '우째' 이런 상품을 팔 수가 있느냐"고 따졌고, 은행 측은 "투자상품은 저축상품과 달리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은행 측은 투자상품은 고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고위험이 뒤따른다(High Risk High Return)며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고수익인 줄만 알았더니 고위험이네"=최근 '미국발 금융대공황'은 ELS 등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고수익'보다는 '고위험 덩어리'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을 수익의 원천으로 과신하다 쓰러진 미국 금융회사들의 사례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맥을 못춘 올 들어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올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한 ELS는 전체 ELS 상품의 10.9%인 530종이나 됐다. 이들 ELS의 평균 손실률은 28.4%로 추정 손실액은 7천500억원에 이른다는 것.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와 '2호' 경우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서브프라임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금융회사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탓에 현재 손실률이 각각 45%, 78%에 달하면서 손해배상소송까지 추진되고 있다. 판매한 금융회사가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확정 수익이 보장되는 것처럼 설명했다고 투자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까지 뛰어든 파생상품 판매=1996년 코스피200 선물이 도입되면서 열린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은 최근 급성장했다. 1996년 도입 당시 하루 계약건수가 3천여건에 지나지 않았던 지수선물 계약건수는 올 들어 하루 22만여건의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1997년 도입된 지수옵션은 당시 하루 3만여 건이던 계약건수가 올 들어 하루 1천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2005년 말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ELW)도 최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4천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증시가 급등한 이후 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좀더 복잡한 형태의 파생상품 출시가 늘었다. 올 상반기 말 현재 ELS 발행잔액은 모두 25조3천억원(4천860종목)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4.7% 증가했다. 올 상반기 신규 발행 ELS도 모두 15조7천억원(3천291종목)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 늘었다.

ELS와 비슷하지만 주식 대신 이자율, 신용위험, 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는 상반기 중 총 8천900억원(103종목)어치가 신규 발행돼 지난해 상반기 대비 46.0%의 급증세를 보였다.

예금 등 저축상품을 많이 파는 것으로 인식되던 은행들까지 앞다퉈 파생상품 판매에 나섰고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SC제일·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의 파생상품 자산 비중은 2006년 평균 2.2%(15조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5.1%(34조2천억원)를 기록, 그 규모가 배 이상 뛰었다.

대구시내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파생금융상품을 발행한 금융회사는 여러 형태로 상품을 쪼갠 뒤 쪼개진 상품이 또다른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의 분석이 어렵다. 온갖 과일을 버무려 과일주스를 만들어버리면 그안에 들어가 있는 썩은 과일을 찾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그 때문에 요즘 일부 학자들은 '착한 금융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파생금융상품의 덫에 걸린 미국 투자은행=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미국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회수하기도 전에 이 대출금을 근거로 주택저당채권(MBS)을 만들어 팔았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이 채권을 기초로 파생상품인 부채담보증권(CDO)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 CDO를 기초로 한 또다른 CDO가 만들어져 팔리기도 했고, 이 CDO를 다른 채권 등과 섞어 만든 구조화 증권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집을 담보로 빌려줬던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 즉 실물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를 기초로 한 온갖 파생상품이 나오면서 이 대출금보다 몇 배나 큰 규모의 '실체 없는 돈'이 돌아다니게 됐다. 그런데 미국 집값이 폭락하자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이를 근거로 부풀린 돈은 모조리 부실이 돼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빚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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