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따가운 가을볕을 뿜어내던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고 추석 보름달이 기운 으스름 달빛이 고택 기와지붕 처마에 걸린다. 늦더위로 송골송골 맺혔던 사람들의 이마 위 땀방울들이 제법 선선해진 가을 밤바람에 온데간데 없다.
은은해진 달빛에다 가끔씩 불어오는 밤바람 소리가 제법 잘 어울리던 지난 20일 가을밤. 안동시 풍산읍에 자리한 예안이씨 충효당 고택에서는 (사)한국국악협회 안동지부가 마련한 '우리 가락, 고택에서 노닐다'란 제목의 고가 달빛음악회가 열렸다. 충효당은 임진왜란 때 활약하다 순국한 이홍인 의병장의 부자의 충과 효가 오롯이 서린 곳.
수백여년을 충과 효, 고고한 선비의 지조를 지탱해 온 고택의 마당에다 멍석을 깔고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들어 우리 가락의 신명과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가 됐다.
이날 고가 달빛음악회에는 고가옥의 풍류와 우리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행사로 마련됐으며 안동국악단의 천년만세를 시작으로 전미경 국악단장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대금독주·부채춤·창작 실내악·참넋의 사물놀이·해금독주 등 다양한 우리가락을 선보여 300여명의 관객들을 수백여년 세월을 거슬러 보냈다.
이날 음악회에는 예안이씨 16대 종부인 권기선(91) 할머니가 마당과 툇마루에서 관객들과 함께해 고즈넉한 가을밤 고택의 우리가락 소리에 흠뻑 빠져 들었다.
예안이씨 17대 종손 이준교(65)씨는 "이야기가 있고 품격이 있는 고택에서의 음악회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옥의 멋과 우리가락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했다.
안동시 문화관광과 홍순학씨는 "고택음악회를 비롯해 전통 한옥체험을 활성화하고 고택에서의 거문고, 시조 배워 보기 등 다양한 방안을 시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며 "이런 고택 문화 체험관광 상품이 관광객 유치로 이어져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시민기자 최봉근 cbk97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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