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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쓸모있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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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더트 매클린(Donald Duart Maclean). 기사작위를 받은 부유한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을 아버지로 둔 명문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이 관리는 냉전시대 소련을 위해 일한 최고의 영국인 스파이였다. 그는 외무부, 영미 합동정책위원회, 정보기관 MI5 등에서 일하며 20년동안 엄청난 양의 일급 기밀문서를 소련으로 빼돌렸다. 그가 조국을 배신한 목적은 공산주의 이상의 완전한 실현이었다.

그의 활약으로 미국의 대소련 정책은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그가 빼돌린 정보에는 트루먼 행정부가 한국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만주 침공도 없을 것이란 사실도 들어있었다. 중국 국방부장 린뱌오(林彪)는 훗날 "한국을 공격해도 미국이 반격해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소련의 보증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군사적 위험을 무릅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매클린은 영국의 소련 암호해독으로 실체가 드러나면서 소련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소련에는 그가 품었던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소련체제를 위해 일한 자기 인생을 혐오하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 1983년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소련을 위해 일한 서방의 지식분자들을 가리켜 레닌은 "우유부단하고 미련한 지식인들이 적어도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때 쓸모있는 바보들(useful idiots)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바보'들은 그 뒤에도 수없이 많았다. 사르트르는 강제수용소의 실체를 확인하고서도 소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시몬느 드 보봐르는 "러시아 국민들의 희생은 그 지도자들이 국민의 희망을 체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까지 했다. 이런 부류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국내 좌파의 무한한 존경의 대상인 리영희씨는 2천만명의 희생자를 낸 중국의 문화혁명을 "웅장한 인간개조의 실험, 인간 제일주의, 보다 깊은 민주주의"라고 찬양했다.

북한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남한의 '쓸모있는 바보'들이 또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북한 통일전선부로부터 "미군철수 운동을 더 강력히 전개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매클린은 철의 장막에 가려진 소련의 실체를 보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 땅의 바보들은 끝장난 수령체제의 실체를 뻔히 목도하고도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정경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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