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잡는 악플 더이상 안돼"…'정화론' 힘실린다

▲ 톱스타 최진실 자살 소식에 충격에 빠진 시민들이 2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 톱스타 최진실 자살 소식에 충격에 빠진 시민들이 2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최진실 사망' 뉴스를 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배우 최진실을 죽음으로 내몬 한 원인으로 악성 루머가 지목되면서 온라인 상에서의 무분별한 악플(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얼굴을 가린 채 특정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비방과 욕설 등을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자성론이 높다.

최씨의 죽음으로 '악플러 처단'과 '인터넷 실명제'가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고, 정부가 인터넷 댓글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얼굴 없는 살인, 악성 댓글

최씨는 최근 탤런트 안재환의 사망과 관련해 '25억 사채설' 등 악성 루머에 시달려 왔고, 이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악플이 심적인 고통을 겪게 했고, 최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는 추정이 쏟아지고 있다.

악플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악플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몰고 왔던 것은 2005년 임수경씨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사고로 숨진 뒤 일부 누리꾼이 집중적인 공세를 벌이면서부터다. 당시 일부 누리꾼은 임씨를 비하하고 아들의 죽음을 조롱하는 글을 남겼고, 임씨는 댓글을 올린 일부 누리꾼을 모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사회적 파문이 일어났다.

같은 해 연예인들에 대한 각종 사생활 관련 정보를 담은 소위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 행위를 엄중 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나중에 흐지부지됐다.

인터넷에서 별다른 의식 없이 벌이는 무차별 악플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악플 공세를 받게 된 당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유니는 성형 논란 등에 관한 악플에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니의 자살로 악플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적 논란을 낳았고, 한달 뒤 탤런트 정다빈도 악플러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최근 남편 안재환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던 정선희 역시 악플의 희생양이었다. 정씨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촛불문화제 참가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며 네티즌의 악플에 시달리다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정씨는 '방송 퇴출'까지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에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방송에서 물러났다.

하리수, 고소영 등도 자신의 홈피에 욕설과 비방을 남긴 네티즌을 형사고발했다.

◆인터넷 실명제 되나?

최진실의 죽음이 알려진 2일 다음 아고라 섹션 청원 코너에는 최씨 추모 청원이 가장 많이 본 글로 올라왔고, 그 다음이 '인터넷 실명제 그리고 처벌'이라는 청원이었다.

'악플러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 구속시켜라' '우리 스스로 인터넷 실명제 시작합시다' '최진실씨 사망관련 보도에 아이들 사진을 싣지 마세요'라는 청원이 줄을 이어 악플에 대한 자성론이 퍼졌다.

아이디 '어홍어흥'은 "대한민국의 저질 인터넷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연예인과 일반인들을 향한 무차별 살인행각이 앞으로 또 누구를 죽일지, 깨끗한 인터넷문화와 함께 인터넷 실명제가 꼭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아이디 '도턴'은 "단순한 실명제만으로는 안 된다. 사이버 수사대를 확대 개편하는 한편 신뢰성의 무한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잇단 참극을 겪으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 5년간 열띤 찬반 토론을 벌였던 '인터넷 실명제' 실시에도 힘이 붙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부터 주요 포털이나 언론 등 1일 방문자 수 10만명 이상의 사이트에 한해 '제한적 실명제'가 시행됐다.

정부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뿌리 뽑기 위해, 인터넷 감시를 강화하고 제한적이나마 본인 확인제를 확대해 인터넷 댓글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은 '사이버 모욕죄'를 마련해 인터넷 공간에서 무책임하게 저질러지는 명예훼손 사건을 엄정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당국의 처벌 수위 강화에 앞서 인터넷을 은밀한 루머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네티즌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는 것만이 근본적으로 악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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