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누가 치료해 주나

출근길에 주차해 둔 차 지붕으로 무언가가 후두두 하며 떨어진다. 놀라서 자세히 보니 가로수로 서 있는 은행나무의 열매이다. 은행나무를 보면 아직 푸르지만 곧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가고 자연은 자신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진료와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개원 연차에 따라 질문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개원 초기에는 결혼을 했는지 혹은 중매를 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결혼이나 중매 이야기는 사라지는 대신 나이가 비슷하고 오래 근무한 직원과 부부 사이인지를 종종 물어와 당황스러운 적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어른들의 질문과는 달리 초등학생 중에는 '원장님은 이가 아프면 어떻게 치료해요? '하고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TV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스스로 자기 머리를 손질하는 사람들을 연상하는 듯하다. 그러면 나는 '내가 직접 치료하지. 거울 보며 한 손으로는 충치 제거하고, 한 손으로는 물을 빨아들이지'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나를 기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일반인들이 치과의사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치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아는 분 중에는 간단한 치료를 직접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료 치과의사와 서로 치료해 준다. 서로 치료를 해 주다 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치료술식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서로 부담스럽다는 것과 진료시간이 비슷비슷해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비는 무료지만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료 치과의사에 대한 전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치료를 받게 되므로 치료 결과도 만족스럽고 스스로 환자가 돼 봄으로써 환자가 치료받을 때의 불편한 점을 경험하고 환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다시 한번 넓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환자와 치과의사의 치료 관계에서도 동료 치과의사를 서로 치료해 주고 치료받는 마음처럼 관계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반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져만 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 놓았던 믿음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사랑을 할 나이가 지났지만 사랑니가 나고 있다. 이 가을 어느 친구에게 부탁할 까나···.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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