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산업경쟁력은 부품소재산업에서

최근 '가치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배터리를 제조하는 중국의 어느 부품업체에 투자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메이저급 완성차 업체도 아니고 휴대전화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 전자회사도 아닌 자동차용 배터리와 휴대전화용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부품회사에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워런 버핏이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나 국민들은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하찮은 부속품'을 만드는 공장쯤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비교하면 부품소재기업은 그 가치와 중요성에 비해 평가절하해온 그릇된 인식이 저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는 경쟁 우위의 첨단 소재와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는 부품을 조립하는 능력에 따라 완제품의 품질이 좌우됐지만 이제는 소재와 부품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제품의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

특히 세계적으로 제품의 조립생산 능력이 평준화되고 완제품의 생산원가와 부가가치의 60% 이상을 부품소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소재산업이 국가 산업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42.7%, 종사자의 47.4%, 수출의 45.3%, 수입의 36.9%를 차지하는 중추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완제품 위주의 성장정책을 펼쳐온 반면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소홀히 해온 결과 부품소재의 만성적인 대일 무역 적자가 이어져 우리나라 전체 대일 무역 역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대일 무역 적자 중 62.6%를 부품소재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대구경북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대구경북은 부품소재산업의 중심지이다. 특히 자동차부품의 경우 전국 부품업체의 10%가 대구, 8%가 경북에 있고 구미와 대구, 영천, 경주, 포항, 그리고 울산, 창원을 잇는 대규모 부품소재 클러스터 및 산업벨트가 잘 형성되어 있다. 또 지역의 수많은 대학들이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는 내외부적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성서5차산업단지 내에 기계부품협동화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됐는데 협동화단지가 조성되면 성서5차단지의 부가가치는 1천400억원, 생산은 300억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부품소재산업에 인력과 자본 등 자원을 집중하고 부품소재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통한 선도기업 육성에 나서며,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으로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투자와 인력양성 등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아직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장학제도나 취업지원제도 등 각종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우수 인력이 이공계를 기피하지 않고, 특히 산업경쟁력의 핵심인 부품소재산업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중소부품업체의 인재를 도요타로 불러 기술교육을 시키고 연구개발 부서와도 교류를 하는데 우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일본기업의 부품소재 전용단지를 우리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시도민이 함께 힘을 모으는 한편 지역 및 국내 기업들을 위한 부품소재 전용 산업용지를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소업체들의 마케팅 지원과 교통 및 물류 시스템 개선, 자동차부품과 기계부품 등 모든 품목과 업종을 망라한 공동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업종 간 협력체계도 갖춰야 한다.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루거나 대충 넘어갈 수 없는 과제이며 지역 및 국가 경쟁력을 높일 전략적인 분야이다.

이재하 삼보모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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