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란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생명체'(?)다. 늘 끼고 살며, 조석으로 만나 얘기하고 여행을 가다가도 어느 순간 정말 속내를 알 수 없는, 세상의 절반이나 되는 인간 '여자'. 갈대와 같이 쉽게 흔들리며, 새털처럼 가볍지만 그러나 그들 때문에 울고 웃는 수많은 남자가 있으니 알긴 알아야 하는데··· .
이 책은 지은이가 만난 '여자'들 이야기다. "그깟 가스나 하나 때문에 사지육신 멀쩡한 놈이 쌍판대기를 우그러뜨리고 있었던" 그 시절, 흘러간 유행가처럼 아스라한 그녀들을 추억하며 쓴 산문집이다.
경부선 야간열차에서 '그깟 가스나 하나 때문에'라는 명언을 남겼던 덩치 큰 여자, 파일럿의 아내라며 소설보다 더 리얼하게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던 귀여운 여자, 고리타분한 장자방 이야기에 맞장구쳐주던 술집 마담, 카펫 공장 총무시절 '캘리포니아 드리밍'에 맞춰 카펫 위를 날던 미스 장…. 이들은 같은 '여자'라고 하기에 너무나 다른 이미지들이다.
학창시절부터 군대시절, 직장생활 등 삶의 궤적에 어김없이 나타나 주인공의 마음을 뒤흔든 이들이다.
군대만큼 여자들이 강조되는 집단이 있을까. 보통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관이 전도되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군대에서 만난 여자는 보통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사단 통신부 교환대 근무시절 회선 점검을 하면서 교신으로 만나 정을 쌓았지만 결국 '쫄다구'에게 가 버린 '삼삼한' 여하사관, "검정고시 준비 중이고, 부모님은 빨치산"이라는 허풍으로 만났지만 결국 군바리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난 순정파 그녀, 경계선 보초를 서던 어느 봄날, 청순가련형 대학생인 줄 알고 가슴 떨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버섯 캐던 아낙들을 도와주러 나온 술집 작부였다는 등 수많은 여자들이 등장한다. 물론 여선생님만 보면 코피가 터지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작가에게 붙는 '유쾌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답게 주인공과 여자들의 심리가 빗물 튀듯이 경쾌하다. 웃음이 터지고, 미소가 번지다가도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아련해지는 산문 18편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많은 사연을 겪고도 지은이는 "그래도 나는 여자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적고 있다. 하긴 알면 그게 여자지, 남잔가. 304쪽. 1만1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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