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농사일을 배우겠다고 나선 아들이 대견하지만 안쓰럽기도 합니다."
농업경영인 영천시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수(50)씨는 요즘 아들 태훈(25)씨를 볼 때마다 고마움 반, 걱정 반의 복잡한 감정에 빠져든다고 했다. 잇단 FTA 체결과 농자재비 인상 등으로 갈수록 농사를 짓기가 어려운데 태훈씨가 겁없이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업농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씨이기에 아들을 동료이자 동업자로 맞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김씨의 이런 걱정과 달리, 아들은 벌써부터 '프로 농군'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아버지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농업경영인회에 태훈씨가 최연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 이들 부자는 농업경영인 회의는 물론 각종 농업인들의 모임에 동료회원 자격으로 함께 참가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임에 참가할 때면 쑥스러움에 서로 떨어져 앉아 있을 때가 많지만 가끔 마주치는 눈길에는 사랑과 정이 넘친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대구농고를 졸업한 김씨는 영천 화북면 공석리에서 5대째 고향을 지키며 낙농과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 태훈씨도 아버지의 뚝심 어린 삶에 영향을 받아 안동농고와 한국농업인대학 축산과를 졸업하고 부농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들에게 '부자(父子) 농업경영인 영천 1호'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김씨는 "우리 사회가 농촌을 지키려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훈씨는 "아버지와 함께 농업경영인회에 참가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농촌도 2, 3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농으로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농사꾼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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