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부가 어느 선까지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요? 한신-아와지(고베) 대지진을 겪으면서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걸 각인했습니다."
니시데 나오코(71·여)씨는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 46분을 잊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나오코씨는 고베시 나가타구의 전통가옥에서 7명의 가족과 함께 있었다. 17개월짜리 손자부터 89세의 어머니까지... 65년된 집은 10여초만에 완전히 내려앉았다. 모두가 구출될 때까지 6시간 동안 건물 더미에 갇혀 있었다. 온가족이 한꺼번에 매몰됐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예측이 불가능했습니다. 불가능한 부분을 정부에게 책임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랬기에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우리의 재난 준비 태세를 상당 부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
나오코씨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이후 구조에 나선 이들은 정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아닌 이웃 주민들이었음을 강조했다.
"1, 2시간 차이로 구조된 사람들은 무너진 집 안쪽에서 불이 번져 가족들이 타 죽어가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본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옆집의 가족도 엄마와 딸은 구출됐지만 아버지가 타죽는 걸 가족들이 발만 구르면서 볼 뿐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언제까지 정부의 도움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나오코씨는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재해관련 연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80% 이상이 압사로 숨지며 주로 TV, 냉장고 등에 깔려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대지진에서는 화재에 대한 대비책마저 부족했음을 절감했다고 한다.
"재해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라 위기의식을 높이고 미리 준비해야합니다. 우리 가족이 정부로부터 보상받은 건 20만엔(한화 200만원 남짓)이었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이웃 대부분이 함께 의지하고 도와가며 스스로 일어났습니다. 지역 커뮤니티가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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