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이 되는 의료상식] 술과 자살

최진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술을 마셨다고 알려져 있다. 최씨뿐 아니라 먼저 고인이 된 연예인이나 다른 사람들도 자살하기 전에 술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술과 자살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술이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술이 자살을 부추기거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자제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욕구가 올라오는 '정서적 충동'이 발생하고, 급기야 '행동의 충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소심하던 사람도 고함을 지르며 과격해지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우울증이 동반될 경우 자칫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술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전체 자살자의 7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살을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기도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술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다. 또 평소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적잖다.

알코올 중독자 중에 우울증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우울증에 압도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술과 우울증, 자살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나라에 자살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술을 잘 마시고 많이 마시는 것이 영웅시되는 탓에 너도 나도 술을 마시고 권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병폐 중 병폐다. 술 잘 마시는 것을 부러워해선 안 된다. 자신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턴 더 이상 술에 관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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