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매기 잡은 사자 "이제 곰 나와라"

사자는 갈매기가 날아오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 라이온즈는 선동열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과 관록을 앞세워 3연승, 8년 만에 가을 잔치에 초대된 롯데 자이언츠가 감격을 즐길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철저히 무너뜨렸다.

부산 원정에서 2승을 거둔 삼성은 11일 롯데를 대구 홈으로 불러들여 펼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양준혁, 조동찬 등의 맹타로 6대4로 역전승, 두산 베어스와 16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정규 시즌 상대전적(8승10패)과 투·타 성적 모두 롯데에 뒤졌던 삼성은 노련미를 바탕으로 롯데를 연파했다.

이날 삼성이 7회초 1점을 내줘 2대4로 뒤질 때만 해도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삼성 출신인 롯데 불펜 투수 강영식의 호투에 밀리던 삼성은 7회말 한 방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1사에서 조동찬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양준혁이 우중간 담장을 넘는 2점포를 작렬, 순식간에 4대4 동점을 만든 것.

이미 2연패,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롯데는 마무리 투수 데이비드 코르테스를 8회말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삼성은 2사에서 강봉규, 최형우의 연속 안타와 박한이의 고의사구 등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고 조동찬이 볼카운트 1-2에서 잇따라 파울 3개를 만드는 끈질긴 승부 끝에 2타점 결승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는 1회말 1사 만루 위기 때 삼성의 박석민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만 빼앗긴 뒤 4회초 강민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또 4회말 삼성 최형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다시 1점을 뒤졌으나 5회초 김주찬과 이인구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 역전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7회초에도 1점을 보탰으나 삼성의 반격에 끝내 날개가 꺾었다.

정규 시즌에 4번 타자 박석민을 2번 타순에 둬 공격 물꼬를 트게 한 선 감독은 이날 타순을 재배치, 다시 성공을 거뒀다. 1, 2차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5번 타자 최형우를 9번 타자로 배치했고 최형우는 8회말 준플레이오프 첫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9번 타자로 나서 8타수 4안타로 맹활약한 조동찬은 2번 타자로 나서 결승타를 날렸다.

한편 조동찬은 3차전 최우수선수로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고 포수로서 절묘한 볼 배합으로 공격적인 롯데 타자들을 봉쇄한 주장 진갑용은 12타수 5안타 2타점으로 공격에서도 맹활약,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돼 상금 200만원을 거머쥐었다.

정규 시즌의 부진을 딛고 맹타를 휘두른 조동찬은 "시즌 초에 비해 타격감이 좋아졌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형(조동화·SK)과 대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갑용은 "초구를 잘 치는 이대호를 상대할 때는 투수들에게 유인구부터 던지게 했고 카림 가르시아에게는 빠른 공과 변화구를 계속 섞어 던지는 방법으로 투수를 리드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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