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피로(生死疲勞).
인생은 고달프고 삶과 죽음은 덧없다.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모옌(莫言)의 신작 소설 '인생은 고달파'(生死疲勞)는 1950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1년 1월 1일까지 여섯 번에 걸쳐 윤회를 거듭하며 자신의 삶을 엿보는 한 인간이 주인공이다.
중국 동북향의 지주였던 서문뇨는 토지 개혁기를 맞아 악덕지주로 낙인찍혀 동네사람들에게 총살당한다. 염라대왕전에 불려간 서문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는 나귀로 환생한다. 그가 죽은 뒤 둘째 부인은 머슴에게 개가하고, 셋째 부인은 그를 총살한 민병대장에게 개가했다.
1964년 그는 다시 소로 환생한다. 가난한 농부에게 팔려간 그는 문화대혁명속 홍위병들의 등살을 견딘다. 세 번째로 그는 돼지로 태어나 1972년 병이 돌아 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돈사를 탈출해 강 건너 모래섬에 돼지들만의 낙원을 건설한다. 이후 그는 개로, 원숭이로 그리고 마침내 2001년 1월 1일 밀레니엄 베이비로 다시 태어난다.
이 이야기는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난 주인공이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친구에게 자신이 겪은 윤회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이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첫 해인 1950년부터 2001년까지 반세기 중국을 담고 있다. 토지개혁과 자본주의의 물결, 개혁과 개방 등 중국 현대사와 그 속에 허덕이는 고달픈 민초들의 삶을 '구술'이라는 중국 전통의 서사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특유의 입담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국 역사의 흐름 속에 대입시켜, 기괴하면서 때로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다. 2권으로 이뤄진 제법 긴 소설이지만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육도윤회의 판타지가 얽어지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어떻게 녹아드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1권 528쪽, 2권 524쪽. 각권 1만 2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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