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지역 자동차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신차 판매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역 렌트카업계는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캐피털 회사들이 대출을 중단하면서 고사위기에 처했다. 지역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지역 차부품업체들도 미국 경기위축과 GM 등 완성차들의 경영악화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차가 안 팔린다
완성차 5개 대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 신차 판매대수는 3천443대로 지난해 같은 달(4천11대)에 비해 14.2% 감소했다.
지역 차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한달 평균 신차 판매가 3천500대 밑으로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2000년대 초에는 한달 평균 판매량이 7천500대에 육박했다.
지난달 신차 출시와 경차 판매 급증 효과를 본 기아차와 GM대우차를 제외한 3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대구지역 완성차업체 관계자들은 "대구경기가 침체되면서 신차 구입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 영업활동에 지장이 많다"면서 "연료비가 적게 드는 신차와 연비가 개선된 차량을 적극 홍보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렌트카 업계 고사 위기
지역 렌트카 업계는 최근 차량을 구입할 때 돈을 빌리던 캐피털 회사들이 대출을 중단하면서 신차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렌트카 업체들은 캐피털 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차를 사고 고객에게 대여금을 받아 원리금을 갚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1년에 80대의 신차를 구입하는 금오렌트카는 최근 신차 구입이 불가능해졌다. 캐피털 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렌트카 업체는 보통 3년마다 차량 교체를 한다. 고객이 선호하는 신차는 출시되면 무조건 구입해야 한다.
금오렌트카는 연말까지 15대를 교체해야 하는데 캐피털 회사에서 대출을 안해주기 때문에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신차 구입이 불가능해져 수백만원의 장기 대여 계약 2건이 취소됐다. 캐피털 회사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현금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이광락 금오렌트카 대표는 "경기침체로 대여 고객이 감소하고 서울 대형업체들의 시장잠식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캐피털 회사들이 대출까지 중단해 영세한 지역 렌트카 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차부품업체 위기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극심한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중이다.
미국 알라마바와 테네시 등에 현지 자동차 생산법인이 있는 에스엘의 경우 사업 계획을 수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대책을 강구중이다. 에스엘은 완성차 기준으로 램프를 미국 2개 공장에서 30만대,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4개 공장에서 램프 60만대와 샤시 10만대, 인도 체나이에 2개 공장에서 60만대를 생산 중이다.
이 회사 김희진 상무는 "미국 시장에서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아도 소형차 중심의 내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현재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알라마바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고 조지아 주에 공장을 건설중인 동원금속(주) 관계자도 "아직까지 눈에 띄게 생산량이 줄거나 하는 변화는 없지만 지금 미국 시장의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납품의 다변화 등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각종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국내 자동차 메이커인 GM대우, 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은 물론 미국의 GM을 비롯하여 포드,도요타 등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는 한국델파이(주)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이 회사는 자동차 부품 생산량의 70% 정도를 GM대우로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 임종덕 부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주력이 소형차 부품으로, 미국의 자동차 내수 침체로 1천500∼2천CC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중대형차에 비해 타격은 덜 받겠지만 5∼10% 정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워낙 불확실성이 많아 사업계획수립에 어려움이 많다. 물량이 줄어 들 것에 대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미국내 진출했거나 수출을 하는 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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