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권력 눈치 보며 비틀걸음 걷는 감사원

감사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러 차례 코드감사 논란에 휩싸이더니 쌀직불금 감사를 계기로 내부에서조차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는 지경이다. 감사원 6급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감사원실무자협의회는 그제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협의회는 이 글에서 "쌀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밝힌 감사는 국민의 칭송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투명하지 못한 감사 처리로 국민적 비난과 질타에 직면하게 됐다"고 자책했다. 협의회는 또 최근 공기업 및 KBS 감사 등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정말 얼굴 붉어지는 치욕스러운 현실' '이미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옳은 말이고 스스로 새겨야 할 말이다. 감사원이 이상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혁신도시 건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감사를 하더니 정권이 바뀌자 느닷없이 문제가 있다는 정반대의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대적인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를 앞두고는 과거 정부 시절 이미 끝난 공기업 감사결과를 연거푸 내놓은 것도 이상했다. 이런 비틀걸음 속에 이석형 감사위원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이긴 하나 헌법기관이다. 어느 행정부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원수 직속으로 둔 것일 뿐이다. 헌법에 설치근거를 둔 것도 그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민들은 그런 감사원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감사원은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권력에 집착하지 않았는지 둘러볼 일이다. 감사원은 과감한 내부 개혁과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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