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1시쯤 대구 남구 이천동의 한 로또 복권방. 딩동 하며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손님들은 1, 2명씩 연이어 들어왔다. 계산대의 로또 기계는 쉴새없이 로또표를 토해냈다. 진열대에 꽂혀 있는 즉석 복권도 차례차례 뜯겨져 나갔다. 카운터 맞은편에 마련된 '프로토(스포츠 복권)' 게임장에도 벌써 손님들이 만원이다.
말끔한 정장차림을 한 직장인 김모(34)씨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크는데 투자한 주식은 반토막 났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매주 5장씩 샀던 스포츠 복권을 지난주부터는 15장씩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들이 로또방과 복권방으로 몰려들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늘릴 희망을 잃은 서민들이 대박을 꿈꾸며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직장인들은 물론 실업자,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까지 수만원에서부터 수십만원씩 복권에 올인하며 불황의 그늘을 나고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로또방에서 만난 이모(40)씨. 한참동안이나 로또방 벽에 붙어 있는 로또 1등 당첨 횟수를 쳐다보던 그는 "당첨된 사람들은 얼마나 좋겠느냐. 나도 당첨돼서 이 생활을 청산해야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성서의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최근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그만뒀고, 그때부터 '잘 터진다'고 입소문이 난 로또방을 찾아 전전하고 있다는 것. 그는 "로또만 터져준다면 번듯한 음식점을 차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남구 이천동의 한 복권방 고창기(55) 사장은 "이곳은 재개발 지역이라 유동 인구가 적은데도 로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며 "일주일에 로또, 복권, 프로토 등 700만원어치 팔리던 것이 최근 들어 매출이 1천만원대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대박의 꿈이 늘면서 로또 판매액은 최근 증가하고 있다. 9월, 10월 두달간 전국 로또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4%가량 로또 판매가 증가했다. 회차(1주일) 단위로 본다면 평균 17.7억원 정도 판매량이 증가했고 9주 동안 160억이나 로또가 더 팔려나갔다.
나눔로또 한 관계자는 "회당 420억원이던 판매수익이 최근에는 440억원으로 20억원가량 늘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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