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어르신'이란 존경어를 사용하자

정부에서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10월 한 달을 '경로의 달'로 제정한 것은 우리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오고 있는 인간사회 질서를 지탱해가는 기본 바탕인 경로효친 사상을 되살려 노소 구별없이 더불어 잘 살아가는 복지사회를 이룩하자는 의미다.

부모에게의 사랑과 감사의 인간적 존중사상의 대동적 확대가 바로 경로사상이다. 경로사상은 인간성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10월 경로의 달은 더욱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경로의 달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해 남녀노소 수십명을 대상으로 10월이 무슨 달이냐고 물어봤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고 여기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에서 제정한 경로의 달인데도 정부차원의 홍보는 없다. 매스컴에서도 잠잠하다. 노인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대부분 경로의 달인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이다.

매년 경로의 달을 맞아 기념식을 비롯해 몇 가지 행사가 지역단위로 펼쳐지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연례행사만 치른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행사들과 더불어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확산과 함께 실천의지와 각오, 그리고 가시적인 실천운동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노인 존경사상을 고취시키고 실천하기 위한 한 가지 손쉬운 방안을 제안한다. 직계가 아닌 노인에 대한 호칭으로 할아버지·할머니보다 '어르신'이란 존경어 사용을 확산시키자고 강력히 제안하고 싶다. 어르신의 뜻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혼인하는 것을 '어르다'라고 말한 데서 비롯해 어른-어르신네-어르신으로 발전된 것이다. 때문에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나 나이 많은 사람을 높여서 일컫는 존경어이다.

어르신이란 존경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말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존경어를 사용하면 듣는 상대방 노인들의 마음을 더욱 기쁘게 할 수 있다. 둘째, 어르신이란 존경어를 사용함으로써 노인을 존경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말하는 이의 교양을 높일 수 있으며 넷째, 올바른 예절생활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60, 70대들의 대부분이 자기를 부를 때 할아버지, 할머니란 호칭은 듣기싫어한다는 것도 한 이유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항상 청춘으로 남아있기를 바라고 또한 늙기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정부와 언론은 10월 경로의 달의 의의를 더욱 살릴 수 있도록 홍보에 노력하고 가정은 물론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나부터 '어르신'이란 존경어를 사용해나가는 모범을 보이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

김서규(전 대구시 중등학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