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스파밸리 최성욱 조리부장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먼길을 오느라 고생했다는 생각에 특별상이나 주려고 했는데 당당히 1등을 차지했으니까요."

대구 스파밸리 최성욱(43) 조리부장이 요리왕에 등극했다. 10월 13~19일 서울 농수산물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향토음식문화대전' 일반부 부문에서 대상(농수산부장관상)을 수상한 것. 서울국제요리대회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요리경연대회로 꼽히는 향토음식문화대전에서 대구 일반부팀이 1등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장은"3명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하는 대회에서 팀장을 맡아 메인요리 4종, 3가지 코스요리, 야채메인(4인분)을 담당했다"며 "처음엔 '동상'이라도 탔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고 나선 2등과의 점수 차가 너무 벌어져 주최 측이 따로 만든 '지도자상'까지 수상했다"고 자랑했다.

향토음식문화대전의 올해 주제는 쌀과 잡곡. 프랑스요리를 전공한 최 부장은 흑미와 콩을 넣은 훈제송어, 잡곡과 치킨무스로 싼 안심스테이크 등 대회 주제에 맞게 직접 개발한 아이템에서 음식의 난이도·컬러·모양에 이르기까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언뜻 보면 쉬워보이지만 웬만한 기술로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요리들이죠. 예를 들어 안심스테이크를 잡곡과 치킨무스로 싸는 것만 해도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잡곡을 조금이라도 덜 익히면 스테이크를 둘러싸지 못해 튀어 나와 버리고, 반대로 조금이라도 더 익히면 죽처럼 변해 모양이 안 나옵니다."

최 부장은 "여기에 빨강·노랑·초록색의 야채와 소스를 적절히 곁들여 접시에 놓았을 때 누구라도 군침이 돌게 만들었다"며 "보통 사람이 이런 요리에 성공하려면 고기만 1t 넘게 들 것"이라고 웃었다.

고교 졸업 후 일찌감치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었던 최 부장은 29살 때 수성관광호텔 총주방장을 맡았을 만큼 될성 푸른 나무였다. 군 제대 후 서울로 상경, 프랑스레스토랑에서 전문 요리사의 길을 걸었던 그는 프랑스요리 원서를 제대로 배우느라 동시통역사까지 과외선생으로 두고 수없는 밤을 샜고, 덕분에 조리 분야 만큼은 동시통역사도 그에게 통역을 부탁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던 것.

이런 그가 이번 대회 출전은 스파밸리 홍호용 회장의 권유와 후원 덕분이다. 홍 회장은 대구와 서울·대전·천안 등지의 호텔 주방장으로 활약했던 그를 지난해 스파밸리로 스카우트 해 음식 디스플레이용 선박모형과 기능성 접시까지 직접 지원해주며 대회 출전을 독려했다.

최 부장은 "젊은 후배들이 열정을 잃고, 음식업주들이 요리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게 안타깝다"며 "실력 있는 대구 요리사들이 보다 많은 전국 요리대회에 출전, 대구 요리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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