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 기자의 인물산책]한국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

3선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를 '일단' 접은 임인배(54)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을 만났다. 전기안전공사는 전기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직원 2천900명, 13개 지역본부, 51개 지사를 가진 공기업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국민들은 한전을 찾지만 사실은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달려갑니다. 사실 저도 한전에서 고장 수리를 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전봇대로부터 사용자까지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한국 최고의 전기 기술자들이 모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인들은 전기안전공사를 한전의 자회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란다. "한전과 전기업자들이 전기공사를 하면 우리 직원들이 점검을 하죠. 행정부의 감사원 역할을 우리가 맡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한전 직원들과 늘 싸우네요."

임 사장은 3년 임기 동안 CEO로서 능력을 발휘해 공사를 한국 최고의 공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저소득층의 전기 고장 응급 처치를 무료로 해주는 스피드콜제를 확대해 전 국민이 혜택을 보도록 할 계획도 밝혔다. 전체 화재의 20%가 전기가 원인인데 안전 진단을 강화해 이 비율도 낮출 생각이다.

임 사장은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선거와 정치' 강의도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 강의의 주 내용이다.

4·9총선 때 낙천(落薦)의 후유증은 그에게 무척 크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아버지(84)가 쓰러져 지금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도 쇼크를 받아 한달간 병원 신세를 졌고, 고혈압과 당뇨병을 얻었다. "공천에 탈락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던 거죠. 대전 국정감사 성 접대 논란이 결정타였는데 재판에서 민·형사 모두 이겼어요. 동아일보 기자가 우리가 자리한 옆집을 잘못 취재한 것이 밝혀졌어요. 저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지요."

너무 힘들어 한달 정도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 "정치에 회의도 들고 인생이 뭘까 고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중국 인도 일본 등지를 돌았어요."

정치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국회 밖에 나와보니 정치가 더 잘 보입니다. 당리 당략이 너무 심해요. 한나라당은 선장도 주인도 없는 것 같습니다. 거대 여당으로서 정책을 개발하고 방향을 잘 잡아끌고 가야 하는데 한마디로 오합지졸입니다.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너무 많이 하고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공사 사장으로서 적절치 않다 싶을 정도로 거침이 없다. 그의 특유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후보 경선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이쪽 저쪽 눈치 보던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잘못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도운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죠. 장관들도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해요. 모든 것을 걸고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 전도사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리, 자기 성공만 생각하면 안 되지요."

임 사장의 추진력은 정평이 나 있다. 사막에 떨어뜨려도 살아남을 사람이다. 너무 강하니까 적(敵)도 적잖다. 국회의원 재직 시절 김천 혁신도시를 유치하고, KTX역사를 만들고, 전국체전을 치르는 '3대 경사'를 가꿔냈다. 임 사장은 "내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일했는데 공천을 못 받으니 시민에게 할 말이 없었다"며 "내가 행동을 잘못한 결과라는 자괴감도 들고 해서 지난 석달 동안 김천에 내려가지도 않았다. 이젠 자주 가겠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수개월간 공백기를 지내며 수초가 멀다고 울리던 휴대전화가 침묵하고, 따뜻하던 사람들이 서먹서먹해지는 등 세상 인심의 변화를 느끼며 마음 공부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었다.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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