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H.트루만에서 현 G.W.부시까지 모두 11명이다. 이들중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폭발적이고 유별난 열광과 기대속에 당선된 인물로는 J.F.케네디(35대)와 J.카터(39대),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B.오바마(44대 예정)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세사람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대체로 젊다는 점이다. 당선될 때 케네디가 43세, 카터가 52세, 오바마는 47세다. 다음 이들은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를 지녔으며 또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와 보다 나은 삶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끝으로 나라가 무기력하고 어렵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도전과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건 것이다.
카터는 행운아였다. 그는 해군복무 후 고향에서 땅콩농장을 경영하다가 조지아주(州)의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워싱턴의 중앙정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카터의 재임 4년은 실패와 졸작의 연속이었다. 도덕과 인권을 내세웠던 그는 요직에 측근과 고향 출신들을 주로 기용한 편중인사를 했고 경기침체로 높은 인플레와 실업률 증가 및 제2차 석유파동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카터와 박정희대통령은 사이가 나빴다. 카터는 비(非)민주적인 유신체제 하에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난했고 박동선사건도 그가 사주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반면 박 대통령은 유신체제와 인권문제의 거론도 그렇지만 가장 불쾌하게 여긴 것은 그가 선거 때부터 내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었다.
따라서 1979년 6월29일 카터가 방한했을 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회담서 무려 45분간이나 미군철수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에 화가 난 그는 나중에 W.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왜 그의 안보강의를 막지 않았느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번에 미국대선에서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가 당선된 것은 엄청난 이변이었다.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건국한 지 232년만에, 노예해방 선언을 한지 145년 만에, 그리고 M.L.킹목사가 인권대회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인종차별을 받지않을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친지 35년 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갖고있다.
먼저 강한 개성과 독립심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했으며 일단 결심하면 적극적으로 밀어부치는 고집이 있다. 또 정계에 기반이 없으며 각기 앞선 정부의 여러가지 실정(失政)으로 선거에서 압승한 점이다.
이처럼 폭 넓은지지로 당선됬으나 반대로 이들의 실수실책(失策)으로 추락하기를 기다리는 적(敵)들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는 워싱턴 정가의 터줏대감들과 보수층과 백인의 주류(主流)들이, 이대통령은 진보세력, 좌파, 정권 탈환을 노리는 야당세력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적은 몰표를 던져줬던 지지자들의 등돌림이다.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언제나 겸손하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한 설득과 약속이행일 것이다. 당연히 말바꾸기,약속 안지키기기, 오만한 태도는 실패와 추락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현재 두사람에게 놓여있는 시급한 국정숙제도 동일하다. 금융위기로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늘어나는 실업률, 기업육성 등 이른바 경제살리기다. 아울러 한미간의 당면한 현안은 10여년간 흔들렸던 동맹과 협력관계의 정상화 내지 공고화, 대북한정책의 긴밀한 공조,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여부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과 끌고가는 식은 있을 수 없다. 대등한 입장에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양측의 공동이익이 되는, 소위 윈윈(Win-Win)방식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내년 1월20일 오바마가 취임하면 두사람은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같게 된다. 장차 4년 후 대공황을 극복하고 성공한 F.D.루즈벨트가 될지, 별다른 경험과 경륜도 없이 편중인사와 쇠고집 속에 무능하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힌 카터가 될 지는 전적으로 본인들에게 달려있다 하겠다.
이성춘(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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