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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간]동네 목욕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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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탕'으로 유혹…문 닫을밖에

'그립다. 동네 목욕탕….'

어릴 적 동네 목욕탕은 때 빼고 광내던 곳이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불리고, 수건으로 밀면 국수 같은 때가 줄줄 나왔다. 목욕을 끝내고 냉장고에서 꺼내 먹던 '초코 우유'가 왜 그리 맛있던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동네 목욕탕을 추억하기가 힘들다. 대형 사우나'찜질방 시대가 열리면서 목욕탕 폐업이 잇따라 한 동네에 하나 찾기도 힘든 지경이다. 요가'에어로빅'밸리댄스를 곁들인 휘트니스 클럽에 고급 음식점과 문화공간까지 사우나'찜질방과 결합하면서 동네 목욕탕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없이 치솟기만 하는 기름값은 안 그래도 고사 직전인 동네 목욕탕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고유가에 타산 안맞아… '올빼미' 영업도

대구의 목욕탕은 2004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04년 569곳이었던 목욕탕 수가 2005년 543곳, 2006년 521곳, 2007년 507곳에서 올해(2분기 기준) 500곳까지 줄었다. 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김중원 사무국장은 "앞으로 2,3년간 동네 목욕탕 폐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폐업신고 없이 문을 닫는 동네 목욕탕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이처럼 동네 목욕탕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더 이상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 손님은 줄어드는데 기름값은 자꾸 오르기만 하는 것. 동네 목욕탕에 그나마 손님들이 몰리는 까닭은 3천500원~4천원선의 목욕비가 5,6천원을 받는 대형 사우나나 6~8천원의 24시간 찜질방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솟는 기름값이 문제다. 아무리 아껴 봐도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필요한 법. 그렇다고 목욕비를 올리자니 손님 발길이 뚝 끊길 것 같다. 딜레마에 빠진 동네 목욕탕들은 저녁 때만 손님을 받는 '올빼미' 영업으로 겨우 탈출구를 찾고있는 실정이다.

◆사우나'찜질방 "경쟁이 안된다"

"요즘 동네목욕탕 가운데는 남탕 불을 아예 꺼두는 곳이 많습니다. 대형 사우나 때문이죠. 젊은 남자 손님일수록 직장 근처 대형 사우나를 선호하면서 이제 동네 목욕탕엔 노인이나 아줌마 손님밖에 없습니다."

동네 목욕탕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는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이다. 아파트문화가 뿌리내리면서 집에서 목욕을 즐기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고, 영업점의 경우는 최신 사우나와 찜질방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더 이상 손님을 끌어들이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이같은 최신 사우나'찜질방 시설과 동네 목욕탕은 애당초 경쟁 상대가 아니다. 실제 대구 최대 시설을 갖췄다는 동구 K사우나 경우 4천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 시설과 24시간 찜질방에 휘트니스클럽'미용실'이발소'레스토랑까지 한 건물에 두고 있다. 사우나 한 곳에서만 순은을 사용한 은이온수탕, 정제한 숯으로 만든 목초액 안마탕, 길이 30m의 초대형 동굴냉탕 등 5,6종류의 테마탕과 자수정'게르마늄 원적외선 등 최신식 사우나까지 즐길 수 있다. 반면 동네 목욕탕은 온탕'냉탕이 전부고, 사우나도 전통식 한 종류뿐이다. 아무리 내 집처럼 편하고 싸다지만 대형 사우나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대구시 보건과 공중위생계 담당자는 "동네 목욕탕은 폐업 신고가 줄을 잇는 반면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은 그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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