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포용의 리더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한다는 소식에 전 세계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과거의 적까지 받아들이는 오바마의 포용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공화당계 인사로 분류되는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대응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초대 재무장관에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총재를 내정한 것도 그의 리더십을 대변해준다.

물론 세계적 투자분석가이자 '우울의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마크 파버처럼 "오바마가 잘못된 인재 기용으로 최초이자 최후의 흑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독설을 퍼붓는 인사가 있기는 하지만 오바마의 리더십은 대세다.

지난 11월 지역 대학에 반가운 손님이 방문했다. 손님은 한국의 거지소년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워싱턴주 상원의원으로 꿈을 이룬 신호범(미국명 Paull Shin) 의원이다. 신 의원은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꿈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며 자신도 앞으로 30년 안에 한국인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는 꿈을 갖고 후진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인종에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성공할 수 있는 성숙한 한 국가의 사회가 부럽기도 하지만 그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만년 동안 한민족 단일국가를 지켜오며 자랑스러워하던 우리나라는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 교육과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련 법률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을 가족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데 폐쇄적이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해야 함은 당연하다. 울타리가 없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그 사람의 뿌리가 어떠한지에 대한 관심보다 능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 같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계파싸움에 목숨 걸고 '晝李夜朴'(주이야박·낮은 친이계, 밤은 친박계)'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줄서기에 혈안이 돼 있다. 동문회, 향우회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부분이다.

우리 지역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발전은 인재육성과 인구증가에 비례한다. 대구경북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고, 2002년 이후 도시인구가 7만3천명이 감소하면서 대구가 제3의 도시에서 탈락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의 한 사업 부문을 경기도로 옮긴다고 벌떼처럼 일어서고, 또는 다른 지역의 기업을 유치했다고 一喜一悲(일희일비)하는 것이 우리 지역의 현실인 것이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지역 발전 애쓰는 우리 남편 힘내세요"라는 제목으로 대구시와 경북도 수장의 부인 두 사람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자녀의 배우자로 어떤 사람을 맞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경상도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서울 여자들은 가족도 사랑도 아우르지 못하고 서울이나 전라도 여자는 시집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남편을 내조하는 입장에서 답변한 내용이라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장의 아내로서, 여성 지도자로서, 많은 독자가 접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색을 드러내는 다소 신중하지 못한 의견을 보였다는 것은 유감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포용의 리더십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경용 대구보건대학 국제교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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