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실용학문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2·3년제 전문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흔하다. 전망 있는 학과 선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취업난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률이 힘이다
전문대학의 힘은 4년제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취업률에서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전국 374개 대학 및 146개 일반대학원 졸업자 55만8천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8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2008년 4월 1일 기준) 결과에 따르면 16개 시·도별 졸업자 취업률은 울산이 82.4%로 가장 높았으며 대구가 81.8%로 그 뒤를 이었다. 경북은 77.3%를 기록해 10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문대학의 높은 취업률 때문에 가능했다.
대구지역의 전문대학 취업률은 92.1%로 제주(93%)와 충북(92.9%)과 함께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또 전문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대구와 경북이 각각 92.1%, 89.9%로 조사돼 전국 평균(85.6%)을 크게 웃돌았다.
정규직 취업률 경우도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 대부분이 70%를 상회했다.
졸업자 2천명 이상의 학교 가운데는 영진전문대학이 80~100%로 최상위권을 형성했으며, 대구보건대학과 영남이공대학이 70~80%로 그 뒤를 이었다. 졸업자 1천명 이상~2천명 미만 학교에서는 대경대학과 포항1대학의 정규직 취업률이 80~90%로 가장 높았으며, 경북전문대학·구미1대학·김천대학·선린대학·안동과학대학이 70~80%를 나타냈다. 졸업자 1천명 미만의 학교 가운데는 대구공업대학이 80~90%의 정규직 취업률을 보였으며, 문경대학은 60~80%를 나타냈다.
◆전문대에서도 학사학위 받는다
올해 전문대학을 선택할 때 눈여겨볼 만한 것 중 하나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다.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전문대학에서도 4년제 대학과 같은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매년 전문대학 졸업자 가운데 5만명 이상이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전문대학 졸업생의 학위 취득 경로를 넓히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이 과정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원하는 대학 및 학과에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구경북에는 9개 전문대학들이 모두 35개 학과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상지대학, 경북전문대학, 계명문화대학, 구미1대학, 대경대학, 선린대학, 안동과학대학, 영남이공대학, 포항1대학 등이다. 전국적으로는 75개 전문대학 341개 학과에서 6천645명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는 전문학사 총 정원의 4%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공심화과정이 설치된 학과에 입학하려면 이 과정과 동일한 계열의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유관 분야의 산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2년제 학과의 경우 2년, 3년제 학과는 1년 이상의 수업연한 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1월 초까지 모집 중에 있으며 선발은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이뤄진다.
전문대학정책개발 태스크포스팀 김춘중 위원장(영남이공대학장)은 "전문대학의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전문대학을 졸업한 재직 경력자들의 연속 교육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직원들의 전문적인 실무지식에 대한 재교육이 가능하고, 개인은 편리하고 실질적인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장학혜택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립전문대학들이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앞세워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전문대학들이 내세우는 장학제도는 4년제 대학 못지 않다. 다만 4년제 대학들이 수능 등급이 높은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집중하는 반면 전문대학들은 전공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특기가 있는 학생, 산업체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경대학은 최근 경찰행정학부 등 11개 학과에서 50명을 선발해 1차로 24명을 호주로 보냈다. 대학이 유학 경비 전액을 부담하는 '10주 호주로 떠나는 해외 유학 장학프로그램'을 신설해 가동한 것. 이 프로그램은 항공료와 기숙사비·교육비 등 한 학생당 1천만원 이상의 경비를 제공하는 한편 모두 5억원의 장학금도 제공하는 파격적인 장학제도다.
특히 이 제도는 장학생을 뽑는 선발기준이 성적 순이 아닌 대학의 특성화 전공교육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성적우수자는 20%만 선발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학과 전공 분야별로 전공자의 소질과 전공 능력을 우선으로 삼았다.
대경대학 유진선 학장은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전 세계로 내보내는 장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한 학기 전체를 무료로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남이공대학은 올 5월부터 '마일리지 장학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장학제도의 핵심은 그동안 학업 성적에 국한했던 장학생의 범위를 대학에서 실시하는 각종 직업 프로그램의 참여도와 열성·성과 등으로 넓혀 이를 마일리지화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학생에게 더 많은 장학혜택을 부여해 학생들의 취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대학은 올해 3천만원의 장학금으로 시범운영한 뒤 내년부터는 금액을 올리는 등 혜택을 늘릴 방침이다.
영진전문대학은 대학과 주문식 교육 협약을 체결한 기업체로부터 장학기금을 받아 학생들에게 쏟아 붓고 있다. 지금까지 127개 기업체로부터 받은 11억7천여만원의 장학기금 가운데 올해만 437명의 학생에게 2억1천만원의 장학 혜택을 줬다.
대학 관계자는 "이 장학제도는 기업체가 우수인재를 선발해 우선적으로 채용하기 위해 해당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교는 해당 학생을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교육으로 양성해 취업시키는 등 기업체와 대학, 학생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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