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님·신부님 노후준비는 어떻게?

가톨릭 사제와 스님 간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가족의 곁을 떠나 평생을 홀로 지내는 것도 그렇고, '하느님의 어린 양' 혹은 '중생'을 위해 수행과 기도, 봉사를 하는 것도 그렇다. 좀 더 현실적으로 짚어보자. 스님과 신부 모두 법적으로 정해진 소득이 없다. '청빈한 삶'이 미덕이다 보니 펀드나 주식 등 재산을 불리는 것도 금기시된다. 생활 속에서 일반인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가족도 없고, 돈도 못 모으는 그들은 어떻게 노후를 준비할까.

◆스님의 노후

직업의 측면에서 볼 때 스님은 무직이다.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수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찰에 머물 경우 매월 '용채'라고 하는 보시금을 사찰에서 준다. 일종의 용돈이며 수행을 돕기 위한 지원금이다. 액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사찰에서 머물며 수행만 할 경우 30만~40만원 수준이지만, 총무· 교무·포교·주지 등 사찰에서 행정소임을 맡게 되면 직책에 따라 100만~200만원을 받는다. 대외 관계 유지나 포교 등 판공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내는 보시금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데 액수는 천차만별. 그러나 절의 재정이 허락하는 내에서 지급이 되고, 못 받는 경우도 많다. 명절이나 법회가 열리면 약값, 여비 명목으로 참석한 신도들이 5천~1만원씩 모아 건네기도 한다. 생전에 성철스님은 신도들이 수천만원씩 모아주기도 했지만 받지 않고 내팽개친 것으로 유명하다.

연금이나 보험, 펀드, 주식 투자 등은 금기시된다. 60세를 넘기면 소임에서 물러나고 70세가 넘으면 '한주'로 불리는 원로 스님이 되는데, 대개 사찰 내 노스님 전용시설에서 기거하며 사미계를 받은 시복이 수발을 든다. 본인이 출가한 사찰에서 문도들과 어울려 사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정해진 사찰없이 수행을 하며 떠돌아 다닌 스님들은 아는 신도에게 의탁을 하거나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고달픈 생활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심 포교당을 세우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정년도 없고, 운영만 잘 하면 생활에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교구 본사에서 관할을 하는 직할 포교당은 일부 지원을 받지만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설 포교당은 신도들의 보시금으로 운영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불교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포교당을 선호하는 추세였지만 임대료 등 투자 및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고 신도들을 모으기 힘들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도, 준비되지도 않으니 불안감은 크다. 지난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산하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조계종 소속 스님 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승려노후복지 대책에 관한 인식 및 욕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65.4%(366명)가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처(25%), 생활비(23.4%), 질병치료(21.3%) 등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대한 불안이 컸다. 스님들은 노후대책이 없으니 수행이 어렵고(29.8%), 개인재산을 축적하게 되며(26.1%), 사설 사암이 증가(14.1%)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답했다. 조규준 불교미래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스님들도 인간이다보니 나이들어 아프게 되면 외롭고 초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생존 욕구가 1차적인 관심사가 되면 윤리나 도덕이 잊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신부의 노후

가톨릭 사제나 수도자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은퇴 이후에도 일정 금액의 연금과 주거 공간 등 기초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제들의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월급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생활비, 전교 활동비 등으로 100만~150만원을 천주교구나 봉직하는 성당으로부터 받는다. 부정기적으로 미사 예물을 받기도 한다. 위령미사 등을 지낼 때 받는 미사 예물은 교회법에 따라 미사를 집전한 사제에게 돌아가도록 돼 있기 때문. 미사 예물은 교구에서 모은 뒤 일부는 사제의 서품 연한에 따라 배분되고, 나머지는 사제 복지나 사회 기부 등에 사용된다. 신자들이 개인적으로 주는 약간의 활동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70세가 되어 현직에서 은퇴를 한 원로신부에게는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지급된다. 이들은 교구에서 마련한 은퇴 사제관에서 함께 기거하거나 개인적으로 거처를 마련해서 살 수 있다. 교구에서 구해준 100㎡(30평) 정도의 아파트에 살거나 따로 집을 지어 사는 식이다. 청소와 식사를 도와주는 아주머니인 '식복사'의 급여와 관리비 등 유지비는 본인 부담이다. 수도자의 경우 6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받는데, 은퇴를 하면 소속 수도원으로 돌아가 생활을 한다.

사제나 수도자에게 펀드나 주식 등 재산 증식을 위한 활동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강제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사제들 거의 대부분이 본인 사망 시 재산을 교구에 기증한다.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들은 매년 한 번씩 팔공산 한티성지에서 열리는 사제 피정에 참가하는데 유언증서를 매년 갱신한다. 유언 증서에는 대개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차량, 유가증권, 골동품, 도서 등을 어떻게 처리해달라는 유언을 적기 마련인데, 절대 다수는 교구에 기탁한다는 것. 선친으로부터 받은 유산도 기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한 관계자는 "이문희 대주교도 세상을 떠나면 유산을 모두 교구에 기증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톨릭 신부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혼자 사는데는 크게 부족하지 않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교회를 위해 욕심을 포기하고 살기 때문에 노후 걱정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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