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29㎏. 작고 가냘픈 체구는 지난해 전국 소년체전에서 처음 봤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체조 경기장에 선 윤나래(남부초교 5년)는 또래 어느 누구보다 큰 소녀다. 몇 년 후에는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꿈의 나래를 펼칠 지도 모른다. 윤나래는 남자 체조에 비해 뒤쳐진 여자 체조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을 기대주다.
지난해 이 소녀는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광주시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개인 종합과 뜀틀, 2단 평행봉, 평균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마루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4관왕에 올랐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체조 대회 때도 개인 종합과 평균대에서 1위, 2단 평행봉과 마루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발목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금메달을 휩쓸 수도 있을 만한 실력이었다.
물론 이런 실력이 하루아침에 갖춰진 것은 아니다. 7살 때 체조를 배우는 언니 누리(원화중 2)가 남부체육관에서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러 갔다가 백수원 남부초교 체조부 감독의 눈에 띈 뒤 피나는 노력으로 이만큼 성장했다. 방학인 요즘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 8시까지 연습에 매달린다. "힘들 때도 있지만 괜찮아요. 재미있으니까." 내성적인 성격이라 대답도 짤막하다.
백 감독은 윤나래가 체조를 시작할 때부터 눈여겨봤다. "작지만 테스트를 해보니 유연성, 근력, 순발력이 또래보다 뛰어나 체조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지만 체조를 시켜봤습니다. 막상 가르쳐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알아듣는 데다 집에 가서 마음 놓고 먹으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지도자 입장에서도 좋죠."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지만 윤나래의 부모는 체조를 하는 두 딸에게 많은 신경을 쏟는다. 남부초교(교장 심봉기)에서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되도록 덜 느끼도록 이것저것 지원해준다. 서정수 코치는 한 가지를 배울 때마다 일일이 붙잡고 자세를 다듬어나가며 기량이 숙달되도록 했다. 주위의 관심 속에 윤나래의 실력도 점점 늘어갔다.
전 종목에 고루 능한 덕분에 개인 종합에서 윤나래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그래도 아직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초교생이다. 당연히(?) 운동을 그만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 때마다 나래의 부모는 막내딸을 달래 다시 체육관으로 보냈다. 이젠 윤나래도 체조에만 집중한다.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적이 있어 그 희망이 이뤄질 날도 머지 않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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