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최 기자 오랜만이야. 오랜만에 눈에 띄는 기사를 썼더구만. 그런데 말이야. 다른 부분도 좀 챙겨봐. 그것 뿐만이 아니거든."
"최 기자, 오랜만에 전화하네. 내가 수수료 때문에 몇년전에 대구은행장실에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야. 그것을 아직까지 안 고쳤더구만."
지난 8일 대구은행의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은행권에서 가장 비싸다는 기사가 나간 뒤 기자의 휴대전화는 오후 내내 울어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대구은행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댔고 울분을 토했다.
회사로 전화를 걸어온 한 독자는 "대구은행이 이러면 안된다. 누구 덕분에 대구은행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직도 대구은행은 모르고 있다. 은행권 평균치도 아니고 수수료가 은행권 최고 수준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발끈했다.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감정'은 몹시 사나웠다.
대구은행은 본지 보도 이후 화들짝 놀랐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관련 부서장들은 이화언 은행장에게 수수료 조정을 건의했고, 행장은 이를 수용했다. 그래서 19일 대대적인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어떤 부분은 전국 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것도 있다. 한해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포기했다.
대구은행의 발빠른 수수료 인하조치에 대해 지역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에 대한 '사나운 감정'이 빠르게 누그러질지는 의문이다. '바가지 수수료' 기사가 나간 이후 기자가 받아든 수십통의 전화는 의외로 '강한' 목소리였다.
대구은행 구성원 남자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5천700만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이른다. 대구권 최고임금이다. 대구은행은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대구은행은 돌아봐야 한다. 꿈과 풍요로움을 구성원들 스스로만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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