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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휘의 교열 斷想] 마뜩잖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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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전투 위치로, 각 분대장은 정위치 후 보고하도록." "야, 임마! 그렇게 느려 터져 어떻게 적을 막나. 뛰어."

2008년 11월 이후 독도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김태석(32·경위) 대장. 동도 정상 헬기장에서 쌍안경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무전기를 통해 지시하는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묻어난다. 적 침투를 가상한 독도경비대 방어훈련에 임하는 대원들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른다.

"제가 여러분에게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말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오늘 훈련이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1시간 30분 동안의 훈련이 끝나고 김 대장은 마뜩잖다는 표정으로 내일 오후 2시에 훈련을 다시 하겠다고 지시했다.〉

이상은 2008년 9월 5일 국내 언론 사상 최초 독도 상주기자로 파견된 매일신문 전충진 기자가 보낸 '여기는 독도-경비대'에 대한 현지통신 기사의 일부이다.

이 기사 속에 나오는 '마뜩잖다'를 '마뜩찮다'가 옳은 표현이 아닌가 헷갈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누구도 추호의 의심을 하지 않는 사전에서까지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1999년 초판 1쇄가 나온 표준국어대사전(두산동아 간행)에 수록된 표제어 중 하나로 '마뜩찮다'가 나온다. '마뜩찮다'란 표제어에다 예시문에도 "상사는 내가 하는 일이 마뜩찮은 듯이 노려보았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사윗감으로 마뜩찮게 생각하였다."라고 버젓이 잘못된 표기로 등재해 놨다. 이후 2000년 3월에 나온 초판 2쇄까지도 그대로였다가 이후에야 '마뜩잖다'로 수정되었다. 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오류는 이 외에도 많지만 다음에 언급하기로 한다.

한글맞춤법 규정 39항에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될 적과 '-하지' 뒤에 어울려 '-찮-'이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그렇잖은, 적지 않은/적잖은, 만만하지 않다/만만찮다, 변변하지 않다/변변찮은'으로 활용하여 "네가 왜 나만 그렇게 마땅찮게 여기는지 모르겠다."로 쓴다.

전 기자는 처자식이 있는 기혼자이다. 미혼자도 선뜻 나서지 못할 囹圄(영어)생활이나 다름없는 절해고도 독도행을 자원한 용기 있는 기자이다. 그러나 전 기자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올해 설(26일)을 독도에서 보내며 가족들에게 마뜩잖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 오늘도 전 기자는 독도에 상주하면서 독도 소식을 실시간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24시간 독도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늘 건강하기를 기원하면서 그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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