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앞에 서서 남쪽을 보면 아름다운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해인사를 기준으로 남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란 뜻을 지닌 '남산제일봉'이다. 이 산 정상은 빼어난 풍광과 더불어 소금 단지가 묻힌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건 이후 사찰 내력을 기록한 '海印寺誌(해인사지)'엔 소금 단지를 묻게 된 연유가 나온다. 1695년부터 1871년까지 해인사엔 일곱 차례 큰불이 났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남산제일봉이 불기운이 왕성한 火山(화산)인 탓에 마주 보고 있는 해인사로 화기가 날아들어 불이 자주 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바닷물로 불기운을 잡는다는 뜻에서 매년 단오 해인사 스님들은 소금 단지를 묻기 시작했고, 그 후 큰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
억새 태우기를 하다 4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경남 창녕 '화왕산'은 남산제일봉을 능가할 정도로 불기운이 강한 산이다. 옛날 화산활동이 활발했다고 해서 인근 주민들은 불뫼'큰불뫼로 부르기도 했다. 火旺山(화왕산)이란 이름 자체가 불기운이 왕성한 산이란 뜻이다.
불기운이 왕성한 남산제일봉'화왕산을 두고 100여 년 전의 선조와 이 시대 사람들의 대처법은 확연히 달랐다. 백두대간 뼈대 안의 골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심오한 사상을 지닌 선조는 화기를 누르기 위해 소금 단지를 묻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화기가 끓어 넘치는 산 정상에서 불놀이를 했다. 오랜 가뭄 탓에 억새는 불쏘시개가 될 정도로 바짝 말랐고, 초속 4m가 넘는 강풍이 부는데도 행사를 강행하다 참변으로 이어졌다. 人災(인재)인 동시에 산이 갖고 있는 기운을 거스른 현대인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화왕산 화재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불의 '악연'을 두고 세간에서 설왕설래한다고 한다. 취임 10여 일을 앞두고 일어난 숭례문 화재부터 최근의 용산 참사 및 화왕산 화재에 이르기까지 MB정부 들어 큰불이 자주 일어났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다.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 탓에 나라의 수분이 마르고 불기운은 오르는 형국"이라고 풀이하는 무속인도 있단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비다운 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주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따뜻한 정치를 펴 각박한 사람들 마음에도 解渴(해갈)의 단비가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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