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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삼일간/ 정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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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짇날이 지나도

제비가 안오다니,

검붉은 띠에 둘러 싸인 아랫녘 서울에는

벌레조차 없고

진흙 구하기가 어렵나니,

대체…무슨 소린가?

여기 내가 있거늘

무궁무진 진흙에 코를 처박은

막대한 벌레가 여기 있거늘

자신을 벌레로 여기는 그 자학의 과정이야말로, 스스로를 질료로 하는 시인의 방법론이다. 왜 자신이 시의 질료인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 행위야말로 세계 이해의 첫 방식이다. 아주 흔하고 게으른 방식이긴 하지만 자신을 철저히 분해하고 자신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시인은 흔하지 않다. 철저한 자기 모멸이 없고서야 불가능하다. 자신을 파괴해보지 않고 어떻게 세계를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기애, 혹은 그 반대의 끔찍한 벌레화 과정에서 탄생한 이 시는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시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 끔찍하게 아름다운 편린을 남긴 정용암 시인은 지금 어느 진흙에 코를 처박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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