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는 '돈 수요'가 없다.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이 드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제 활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대구경북지역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잔액을 조사한 결과, 모두 34조9천억원이 대출돼 전년말에 비해 1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의 예금은행 산업대출금 증가율은 20.1%로 대구경북은 전국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 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대구경북지역의 산업대출금 잔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 2006년 8.2%에 이르던 대구경북의 비중은 2007년 7.1%, 지난해에는 6.6%까지 떨어졌다. 각종 전국 경제통계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10%안팎인데 대출금 비중은 6%대밖에 안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대구경북지역의 산업대출금 증가율(11.2%)이 전국 평균(20.1%)의 절반 밖에 안되는 것은 지역 경제 부진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할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사업장도 매출이 부진하다보니 돈 쓸 기업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국 평균이 2.8%에 이르렀으나 대구경북은 1.1%에 머물렀고, 지난해 건축허가면적도 전국평균이 20.1% 떨어졌지만 대구경북은 25.1%나 급락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본부 조사에서도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이 배정된 중소기업 정책자금조차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쓰는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책정된 중소기업 정책자금 신청액이 두 달도 안 돼 배정분을 초과하는 등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도 대구권과 중서부권(구미 일원)은 배정된 것도 다 쓰지 못한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전국 24개 지역본부에 책정된 직접 취급 예산은 모두 3조6천555억원. 이달 25일까지 신청된 자금은 110.3%인 4조306억6천2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구권 및 경북 중서부권은 각각 2천542억5천만원과 1천430억8천만원이 배정됐으나 이달 25일까지 이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신청한 자금은 각각 2천216억4천800만원과 1천230억8천800만원이었다. 배정된 돈이 신청한 돈보다 대구권은 12.4%, 경북 중서부권은 14%나 더 남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본부 전병천 본부장은 "돈은 100원이 내려와있는데 대구경북 중소기업들은 80원만 쓰겠다고 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이나 전기전자 등의 업종의 경기침체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역내 가계 역시 돈 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적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대한 가계대출 잔액은 278조7천863억원으로 연중 20조8천308억원 증가하면서 전년 증가분(11조5천752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2배나 늘었다.
수도권 주택대출이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금 등을 중심으로 8조5천727억원이나 늘어나면서 전년 증가세(3조4천500억원)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의 가계는 지난해 전국 7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은행에서 빚을 낸 액수가 전년에 비해 줄었다.
대구의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2007년말 13조8천480억원이었지만 지난해말에는 13조7천3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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