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를 바닥에 두시면 안됩니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 위생과 공무원들이 한 중국음식점에 대해 위생 점검에 나섰다. 공무원들이 주방에 들어서자 해물이 담긴 깡통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막 포장을 뜯은 듯 해물 포장도 너저분하게 뒹굴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지나다니다 식자재에 이물질이 떨어지거나 오염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자 업주는 머리만 긁적였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조리대 주변과 환풍구 구석구석에는 음식물 찌꺼기들이 끼여 있었고, 맛탕을 만드는 프라이팬과 가스레인지는 새까맣게 설탕이 눌러 붙어 있었다. 설거지 통에는 수거한 그릇과 쓰레기, 음식물이 한데 뒤엉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두면 썩기 쉽습니다. 그릇은 빨리 설거지를 하시고 쓰레기와 함께 담가두지 마세요." 위생과 공무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음식점에서 위생상 가장 취약한 곳은 주방 환풍기 주변이었다. 기름과 수증기가 뒤섞인 유증이 먼지와 함께 시커멓게 눌어붙어 있었다. 상당수 중국음식점들이 시멘트 바닥을 그대로 사용하는 탓에 파손된 바닥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썩어가는 경우도 흔했다.
공무원들이 찾은 다른 중국음식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배달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인지 주방은 물론 객장까지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주방 부뚜막은 곳곳에 시멘트가 부서져 있었다. 시커멓게 기름때가 묻은 가스레인지 주변은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담배 몇 갑이 놓여있었고, 주방장의 귀에도 피우다만 담배꽁초가 꽂혀 있었다. 음식점 업주는 "시설이 오래돼 아무리 청소를 해도 안 된다. 수입이 줄어 시설 보수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국에서도 꼴찌 수준=우리가 즐겨 먹는 중국음식점들의 위생상태가 낙제점으로 평가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의 1만7천250개 중식당과 배달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한 결과 대구가 '꼴찌'를 기록했다. 대구지역 1천14개 업소 가운데 220개(21.7%) 업소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는 전국 평균(5.8%)은 물론 업소 숫자가 3배나 많은 서울(7%) 보다 훨씬 낮은 위생 수준이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음식점은 대구시내 구·군별로 보면 수성구 중식당이 96개로 위생상태가 가장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고 서구(50개), 북구(28개), 중구(20개) 순이었다.
적발 사례를 살펴 보면 220개 음식점 가운데 164개 업소가 불결하고 식기류 소독을 하지 않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칼과 도마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업소는 2곳이었다. 특히 호텔이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업소들이 줄줄이 적발되는 등 지역 중국음식점의 위생수준은 심각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중국음식점은 시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청결 유지가 필수"라며 "하지만 단속할 때만 잠시 깨끗해지고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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