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의사는 여성 암환자의 쓸쓸한 투병 모습을 보노라면 부부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성 환자의 경우 대개 부인이 곁을 지키며 온갖 정성으로 돌보는 것과 달리 여자가 아프면 사정은 달라진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두운 표정을 하며 부인과 함께 오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남편 대신 친정 엄마나 여동생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힘든 투병 생활을 할 때쯤 되면 남편이라는 이가 찾아와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는단다.
물론 이 이야기는 몇년 전 일이다. 또 여의사여서 이런 모습이 유난히 눈과 마음에 들어올 수도 있다. 사실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주위 사람을 감동시키는 남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여의사의 이야기를 듣는 부인들은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떡인다. 감기라도 한번 걸려 앓아 누워본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안봐도 비디오'란 표정들이다.
20년 이상 부부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지난해 2만5천쌍 갈라섰다. 황혼이혼이 10년 전보다 2배가 늘었다. 55세부터 60세가 가장 높다. 또 대부분의 경우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의 한 상담원은 황혼이혼을 고려하는 부인들에게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 어김없이 '남은 인생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에 가까운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사실 5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 지나온 세월은 힘든 시간이었다. 특히 50대 여성들은 남편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그들의 부모 세대처럼 자식에게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는 처지도 못된다. 그녀들은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서글픈 세대다. 자식들은 세상으로부터 '늙음은 가치없는 것'쯤으로 배웠기 때문에 부모 봉양을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더욱 더 그렇다. 오죽하면 '자식에게 재산을 전부 다 주면 굶어죽고, 재산을 주지 않으면 맞아죽고, 재산을 반만 주면 볶여죽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겠는가.
부인들은 이럴때 진짜 부부가 된것 같다고 말한다. 어느 날 남편이 한없이 측은해 보일 때 한몸이 된 것 같다고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부부임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인들은 남편으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하고 또 존중받고 싶어한다. 남편이 자식 앞에서 자신을 존중해주기를 바라고 남 앞에서 인격적으로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늙으면 오로지 남편과 부인밖에 없다. 무슨 이유에서든 부인(남편)을 사랑하지 못했거나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노후 준비물 중 가장 든든한 준비물은 바로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돈은 그 다음이다. sjki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