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21세기 '블루 골드'=물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한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 그렇게 하기가 쉽느냐고 반문했더니 물 흐르듯 살면 된단다.

국토해양부의 심명필(59) 4대 강 살리기추진본부장(장관급)은 이를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마음에 새기며 산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뒤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되지, 초조해 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지론이다. 노력하다가 안 되면 말아야지 집착은 하지 말라는 식인데, 지극히 낙천적인 성격 같다. 평생 물과 함께 살아왔기에 체득할 수 있었던 인생철학인지도 모른다.

"인생에 굴곡도 좀 있고 해야 극적이고 남에게 할 얘기도 있을 텐데…, 물 흐르듯 순탄하게만 살아온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뒤 "집요하다거나 끈기 있다는 등의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뒤처질지 모르나 어떤 일이든 일단 맡게 되면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추진해야 직성이 풀리지, 조용하면 답답해 못 견딜 정도라고 한다. 본부장을 맡고도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다. 집보다는 과천 정부 청사에 있는 집무실로 가 일을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지독한 일벌레로 통할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지않고 살아간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지자요수(智者樂水)라서 그런가?

수자원 연구에 뛰어든 지 3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인하대에서 공대 교수·학장·대학원장 등을 지내며 수자원과 관련된 정부 측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했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인데다 올 4월 본부장으로 취임하기 직전까지는 한국수자원학회장을 지냈다. 이에 앞서 '생명의 물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환경운동단체의 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외에 발표된 논문만 200여편이나 되고, 연구보고서 50여권에 저서도 10여권에 달한다.

이 정도면 물 분야에 관한 한 남다른 소신과 적성도 타고났을 법 한데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대학(서울대)에 진학할 때 토목공학과를 택한 것은 이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무실보다는 자연으로 뛰어 나가 활동하는 게 좋아보였고 공부하는 대상도 도로나 댐·하천 등 스케일이 커 보여서"란다. 활동적인 자신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졌단다.

국문학자였던 부친(심재완 전 영남대 대학원장)은 자신의 뒤를 이어주기를 바랐으나 "당시에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학문을 한다는 것, 학자가 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으며 결국 아버님도 토목공학 쪽을 권했다"고 한다.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물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으며, 수자원 공학의 세계적인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로 유학해 박사학위를 땄다.

"물을 잡는 자, 21세기를 지배한다"는 게 학문적 소신이다. 지난 세기를 블랙 골드인 석유가 지배한 시기라면 이번 세기는 블루 골드인 물이 지배하게 된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게 환경 문제인데 이는 물 부족과 지구온난화로 압축될 수 있고, 지구온난화라는 것도 결국은 가뭄이나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연결될 수 있어 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선산에서 태어났으나 대구로 이사와 대구교대부속초교와 경북중·고를 다녔던 심 본부장은 "되풀이되는 낙동강 오염사고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고도 물처리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뒤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우리보다 북한의 물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북한의 수자원 시설을 확충, 홍수를 방지하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는 남·북한 간에 평화적이고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강의도 열심히 듣고 있다고 한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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