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7일 인천공항. 일본발 서울행 비행기에 실린 특별한 작품 한 점이 고국 땅을 밟았다. 이 작품은 특수 제작된 호송차에 실려 양산 통도사에 도착했다. 그것은 700년 전 제작된 높이 4m20cm, 폭 2m55cm 크기의 세계 최대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였다. 소장처인 사가현 박물관에서도 일년에 30여일만 전시하는 특별한 소장품인 고려 수월관음도가 40여일의 전시 일정으로 일시 귀국했다. 보험료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한국으로 오기 전 양국 관계자들은 불화 상태를 면밀하게 점검했다. 고려 불화 중 최고 명작으로 손꼽히는 수월관음도는 2003년 샌프란시스코 전시회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즈는 수월관음도를 모나리자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수월관음도는 대작이기도 하거니와 작품성도 뛰어나다. 은은하고 화려한 색채는 물론이고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 관음상의 배경이 되는 수묵 표현, 경관 표현은 고려시대 산수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속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게 표현된 너울은 당시 고려인들이 사용하던 얇은 비단을 표현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월관음도는 고려 시대의 빼어난 직조기술 공예 능력과 독창적이고 세련된 회화 기법들이 총동원돼 피어난 고려 회화의 정수였다.
고려 최대의 고려 불화 제작은 1310년에 숙비가 발원하고 고려 왕실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숙비 김씨는 일찍이 과부가 됐으나 빼어난 미모로 충렬왕과 충선왕 부자의 양대에 걸쳐 왕비를 지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왕비이다. 고려 최대 수월관음도의 미소에는 고려 왕비 숙비의 인간적 고뇌와 혼란기 고려인의 염원이 담겨있다. 600여년간 역사에서 사라졌던 고려 불화. 그 존재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고려 최대 불화 수월관음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려 불화는 국내에 없다. 현존하는 160여점의 고려 불화 중 우리나라에는 10여점만이 있을 뿐이고, 120여점은 일본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번 주 '역사추적-최대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의 특별한 귀환'(KBS1 TV 1일 오후 11시30분)에서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역사의 상처를 추적해본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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