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완성차 업체들, 불 붙은 '연비 경쟁'

고유가 시대와 경기 불황기에는 '경제적인 차'가 단연 최고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한 푼의 돈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 입장에서 차량용 기름값을 아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비가 높은 차량을 구입해 연비절감을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상대적으로 싼 연료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생산 단계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연비 효율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면,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연료값이 얼마나 들지를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차량 유지 비용을 줄이는 첩경이다.

◆연비 높이기 '전쟁'=연비란 연료 1ℓ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규정한 시험법 및 절차에 따라 공인시험 기관에서 측정된 자동차의 소비효율을 공인연비라 한다.

연료의 종류를 다르게 하거나 조금이라도 연비를 개선한 모델을 내려는 완성차들의 노력은 경차와 소형차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급의 차량을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기름값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 단수를 4단에서 6단으로 높이거나 엔진 효율을 높여 연비를 조금씩 개선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연료를 바꾸는 과감한 정책을 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집계한 공인연비를 살펴봐도 엔진과 연비의 상관관계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수한 연비를 자랑하는 그룹은 역시 경차들이다.

현재 국내 시판되고 있는 차량 가운데 연비가 가장 높은 차는 혼다코리아의 시빅 하이브로이드(휘발유, 무단변속)로 1ℓ로 23.2㎞를 달릴 수 있다. 이어 현대차 아반떼 1.6디젤(수동)으로 연비가 21.0㎞/ℓ, GM대우의 800㏄ 마티즈(수동 5)의 공인연비는 20.9㎞/ℓ. 올해부터 경차로 분류된 기아차의 1,000㏄ 모닝(수동 5)의 연비는 19.4㎞/ℓ를 기록했다.

◆1,000㏄ 미만 경차와 1,000~1,600㏄ 소형차들의 경쟁=경차들 중에는 GM대우의 마티즈 0.8S MT에 이어 기아자동차 모닝 1.0가솔린 밴(수동)이 19.4㎞/ℓ,기아차 모닝 1.0 LPI(LPG, 수동)이 16.3㎞/ℓ 등이다. 각종 경차 할인혜택과 세제혜택 등까지 고려하면 유지비 절감 효과가 더 커진다.

1,000~1,600㏄급도 경차 구매자들만큼이나 연비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그룹의 차종들끼리 연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600㏄ 아반떼 디젤(수동 5)의 공인연비는 21.0㎞/ℓ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배기량이 적은 1,500㏄ 베르나 디젤(수동 5) 모델보다도 연비가 더 좋다.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의 연비가 좋다는 상식은 같은 엔진을 탑재한 아반떼와 기아차 쏘울 1.6 디젤 모델을 비교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쏘울은 세단 아반떼에 비해 공기역학적으로 연비에 불리한 디자인을 채택한 박스형 차량임에도 이 모델에 수동 5단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의 최대 연비는 19.8㎞/ℓ로 나왔다. 같은 조건에 4단 자동변속기를 단 아반떼의 연비는 16.5㎞/ℓ이다.

◆1,600~2,000㏄ 수입차와 국산차 간의 경쟁=이 급에서는 디젤 차량을 앞세운 수입차와 국산차 간의 연비 경쟁이 펼쳐진다.

이 급의 대표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 2.0 디젤(수동 6)의 연비는 17.1㎞/ℓ, 4단 자동변속기 모델의 연비는 14.8㎞/ℓ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젤 엔진을 장착한 푸조 407.20(수동 6)과 아우디 2.0(자동 6)의 연비가 각각 17.4㎞/ℓ, 17.3㎞/ℓ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BMW 디젤 320 모델(자동 6)의 연비는 15.9㎞/ℓ, 폴크스바겐의 골프 2.0(자동 6)의 연비는 15.7㎞/ℓ이다.

◆연료까지 바꾸면 연 50만원 이상 절감=ℓ당 단가가 싼 연료로 바꾸면 절약 효과는 더 커진다. 특히 연비 개선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디젤 모델의 경우가 더하다.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는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서 ℓ당 연비를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5.0㎞까지 향상시켰다. 종전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13.0㎞/ℓ였다.

현대·기아차는 아예 휘발유값의 절반 정도 가격 수준을 보이는 LPG 연료를 사용하는 모델들을 출시하거나 출시 계획을 잡고 있다. 기아차가 최근 내놓은 모닝 LPI의 연비는 13.4㎞/ℓ로 LPG 1ℓ당 가격을 754.48원 기준으로 잡으면, 1년간 2만㎞를 운행할 때 유류비가 112만원 정도 소요된다.

현대차도 출시 예정인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연료로 LPG를 채택했다. 연료비가 싼 LPG를 채택함으로써 실제로 운전자들이 연료 구매에 쓰는 비용에서 우위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어떻게 운전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동일조건의 자동차라도 어떻게 운전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자신의 나쁜 운전습관만 개선한다면 누구든지 간단하게 20% 정도는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상시 습관화된 나쁜 운전법인 과속, 조급한 운전, 연비부품 방치, 공회전, 자동차비만(트렁크 과적)을 줄여도 연비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