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닥치면서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주부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인상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벌써 서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면 올여름을 어떻게 견디라는 거냐?"며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전기를 아끼는데 따른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차라리 마음껏 쓰겠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차라리 쓸 만큼 쓰고 요금 폭탄 맞겠다
정부는 7일 주택용 전력요금의 누진폭을 축소키로 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정의 요금은 내리고, 적은 가구의 전기료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전기요금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누진폭 격차(최대 11.7배)가 너무 커 '요금'이 아니라 '전기세'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다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사용량 적은 가구=저소득층'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은 월 300㎾h(전기요금 3만9960원) 이하를 쓰는 가정이다. 대구경북에는 전체의 80.5%(2008년 기준)가 300㎾ 미만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월 100㎾ 이하를 사용하는 최저구간의 경우 요금이 원가의 49% 수준이어서 '원가 그대로 요금을 받겠다'는 방침이 시행될 경우 2배 이상 요금이 뛴다.
서민들은 "누진세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안 켜고 여름철을 버텨왔는데 사용량이 적은 가정의 요금은 올리고 많은 가정은 내리겠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평소 월 280~300㎾ 미만의 전기를 사용했던 주모(42·여·달서구 본리동)씨는 "전기오븐을 사니 한 달에 30㎾가량을 더 쓰게 돼 누진세로 1만원가량 차이가 생기더라"며 "전기요금이 겁나 오븐 사용도 최대한 자제하고 사는데 요금제가 개편돼 기왕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면 앞으로는 아끼지 않고 막 써도 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에너지 절약 역행하는 정책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입된 것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다. 에너지 과소비를 억제하고 부유층에 더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누진제가 완화될 경우 과도한 전기 사용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어 오히려 전기 낭비가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부 최명숙(38·남구 대명동)씨는 "전기 절약 하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용량이 적은 가정의 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부가 너무 부자들을 위하는 정책만 펴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직장인 김효신(37·수성구 수성동)씨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더니 에너지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여름이면 200㎾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불평했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한전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원가와 괴리된 요금제 개편을 위한 누진제도 손질이라는 개편 방향은 이미 2002년 연구 용역에서 결정됐지만 계속 시행을 미뤄왔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정책이 충돌해 계속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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