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구나 언젠가는 넘어야 할 벽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벽은 스스로의 마음이 정하기에 따라 높이가 정해지고 진화를 재촉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차우찬은 군산상고 시절부터 불같은 강속구로 주목받던 투수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의 대기였지만 2006년 삼성은 그를 지명할 때 성준, 전병호처럼 완급에 능한 좌완의 시대를 넘어 쾌속의 좌완시대가 도래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단 후의 그는 그저 순수하면서도 내성적인 청년에 불과했다. 베테랑이 즐비한 새로운 환경은 프로 무대에 갓 발을 내디딘 그에게 낯설고 두려운 벽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구질에 빠른 직구에 의존했던 첫 해는 가능성만 남기고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듬해 늘어난 등판 기회에도 사정은 여전했다. 신병처럼 주눅이 든 그에게는 모든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액체같은 것이었다. 등판해 잘 던지다가도 한순간 스트레이트 볼넷을 연발하면 이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왜 이렇게 안되나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정이 상하면 상황은 더 꼬여가고 기복은 되풀이되었다. 마인드 컨트롤이 더 큰 문제였다.
그렇게 속절없이 2년을 보내고 지난해 4월에는 어깨 부상까지 찾아왔다. 6개월 가까이 재활 훈련에 매달리면서 고민하던 그에게 선배들의 조언이 귀를 열어 주었다.
정현욱이 가장 먼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투스트라이크을 먼저 잡고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니 정말 어이가 없는 거야. 그러다 볼카운트를 의식해서 다음 타자에 한가운데 던지면 안타를 맞으니 자신이 없어지고…. 한번 무너지니 수습이 잘 안됐지. 그러다 부산 원정 경기였는데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졌어. 여느 때처럼 막막한 느낌이 들었는데 문득 이판사판이란 생각이 든 거야. 가운데 보고 무작정 힘껏 던졌는데 볼이 높았어. 아 근데 헛스윙을 해주는 거야. 그 때 자신감이 무언지 느끼게 됐지."
같은 방을 쓰는 권혁도 거들었다. "너랑은 성격이 비슷한 면이 많아. 매사에 조용하고 소극적이면 피칭도 위축되는 것 같아. 선배들이랑 잘 어울리고 대화도 많이 하니까 도움이 되더라. 대인관계를 바꿔 봐."
재활을 벗어나면서 차우찬은 스스로 밝아지려고 노력했다. 선배들과의 대화를 늘리면서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았다. 주변에 적응하고 마음이 편해지니 야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고교 시절 사용했던 커브를 재무장하면서 맞아도 좋다는 기분으로 편한 승부에 주력했다. 사실 늘 그렇게 주문은 받아왔지만 이제야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느껴지고 있다. 그렇게 예전의 차우찬은 허물을 벗으면서 조금씩 자신의 벽을 벗어나는 중이다.
재활 시절 2군에 머물 때 김현욱 코치의 얘기가 큰 도움이 됐다. "메이저리그 야구 격언 중에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이 있지. 마음은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두뇌는 지혜롭게 항상 냉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운드는 산과 같아.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산을 정복할 수 없는 거야."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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