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중산층을 더욱 극한 상황으로 내몰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근로자들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25까지 증가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 정도가 낮은 것으로 본다.
◆고용불안, 중장년 프리터족 양산
중소기업에 근무했던 김모(52·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지난해 9월 실직한 뒤 벌써 10개월째 '일용직 근로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새벽부터 인력시장에 나가 기웃거려보지만 일을 하는 날은 점점 줄어들어 최근에는 1주일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일이 없는 날에는 야간 대리운전이라도 뛰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데다 경기침체로 대리운전 이용객마저 감소하면서 한 달에 고작 3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전부다. 김씨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녀보지만 일이 없다"며 "언제까지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몇 달 전 식당을 하다 폐업한 최모(45·남구 대명동)씨는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유배달과 신문배달로 버는 75만원이 그의 한 달 총 수입. 최씨는 "별다른 기술이 없는데다 이력서를 내는 데도 지쳤다"며 "입에 풀칠할 돈이라도 고정적으로 벌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불안정한 취업상태에 있는 장년 '프리터족'(Free+Arbeiter)이 급증하고 있다. 프리터족은 정규 취업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장년층이 급증하면서 이제 '프리터족'이라는 단어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3년 8월 381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프리터의 수는 2008년 8월에는 478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새 무려 25.5%가 급증한 것이다. 이 중 30~49세 장년층의 비중은 2003년 21%에서 2008년에는 24.5%로 늘었다.
경북대 이정우 교수(경제학과)는 "IMF사태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중산층 몰락의 해법을 찾기는 힘들다"며 "현재 마련된 비정규직법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벼랑 위의 중산층, 나도 불안해!
장소현(43·여·동구 효목동)씨는 올 초부터 아이들 사교육비 지출을 30만원 가량 줄였다. 남편 회사의 수당이 깎이면서 가계소득이 20여만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경기 침체 상황이 오히려 IMF 시절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여전히 저축은 못하고 살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고, 생활수준 향상으로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다 보니 아무리 아껴써도 가계부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선진(39·여·북구 서변동)씨는 "그래도 매년 꼬박꼬박 월급은 오르는데 구매력은 하락하고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가족들과 두 달에 한번쯤은 소고기 외식을 했고, 한 달에 한번은 두 아이들 번갈아 가며 옷 한벌쯤은 사입힐 수 있었지만 요즘은 삼겹살 외식조차 부담스럽고, 옷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김씨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허덕이며 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이는 분명 사회구조가 뭔가 잘못된 상황이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서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바닥난 통장과 쪼들리는 살림뿐'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억울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 직장인 김모(44)씨는 "뭔가 거대한 손의 농간에 서민 모두가 쥐어 짜지고 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거액의 자금이 금융과 대기업으로 지원되고 그 빚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다 각종 간접세 등은 줄줄이 인상돼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뭔가 획기적인 정책의 전환이 나오지 않는다면 몇 년 안에 또다시 경제 위기가 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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