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근처에 있는 사우나에 갔다. 출입문을 열고 증기 자욱한 탕으로 들어서는 순간 웬 용(龍) 문신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구석에서 조용히 샤워만 하고 나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조직원 한 명이 출소해서 파티하는 날이란다. 저 인간들은 왜 저렇게 문신을 할까? 자기 몸이 도화지인 줄 아나? 그들에게 문신은 계급장이었다. 나는 포항에서 예비군 동원 훈련을 6년간 받았다. 그것도 해병 제 1사단에서 우락부락한 예비역 하사관들과 함께. 동원 훈련에 가면 계급장 달린 군복은 모두 벗으라고 한다. 훈련 담당관이 계급에 관계없이 명령을 내려야 하므로. 동원 훈련에 참가한 5명 남짓 되는 예비역 의무 장교들은 계급장 달린 군복을 벗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왜냐하면 그래도 계급장이 있으면 무시당하거나 봉변은 당하지 않는다. 즉, 체면은 살리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날, 훈련을 마치고 대형 목욕탕에서 단체 샤워를 하는데 내가 메인 밸브를 건드렸나보다. 다른 수도에서 물이 나오지 않자 거품을 머리에, 몸에 바른 채 나를 향해 째려보면서 터져 나오는 욕지거리들. "야 ! 임마! 웬 놈이 밸브 잠갔노!" "XX놈아." 나는 태연하게 밸브를 열어주고 옷을 입고 나왔다. 그 때 알았다. 조직 아저씨들이 왜 용문신 하는지! 하마터면 봉변당할 뻔 했다. 목욕탕에 갈 때도 계급장 달린 모자라도 쓰고 들어가야 하나? 이마에다 대위 계급장 문신할 수도 없고. 그 날 이후로 '사회에서 우리에게 계급장과 같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명품 브랜드와 고급 외제 차, 비싼 아파트 등이 계급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렇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차려 입고 외제 차를 타고 가면 막 대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정한 계급장은 그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이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과 사귀며 지내는가.' 이것이 우리에게는 계급장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만남을 이용하는 부류들도 많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과 사귀는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만남이란 것도 종류가 있다.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하고 있습니까?
이영주 요셉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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