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게는 별명이 없다.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이 '검투사'라는 화려한 별명으로 유명세를 타는 것과 비교해 이 행장도 은행 통합 이후 '최초의 내부 승진 행장'이라는 점에서 '작은 거인' 같은 그럴듯한 별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껏 별명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1970년, 그의 첫 직장이 한일은행이었다. 그 후 38년 동안 그는 은행권 울타리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한일은행이 상업은행과 합병한 한빛은행에서 부행장에 오른 그는 '우리은행'으로 은행명을 바꾼 후 2004년 수석부행장으로 올랐고, 우리투자증권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7월 제5대 우리은행장에 발탁됐다.
이 행장은 "은행원으로서 바깥 세상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동안 무난하게 잘 지냈다. 지금이 아름답고 행복하고 지난 과거 또한 그렇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IMF 사태 직전까지 제2금융권이 우후죽순처럼 신설되면서 많은 은행원들이 더 많은 보수 때문에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그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은행을 평생 직장으로 알고 들어갔으니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도 5년이나 근무한 적이 있다. 대구지점과 서지점, 대명동지점 등 당시 한일은행의 대구 3개 지점 모두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때는 대구의 섬유 산업 경기가 좋을 때여서 잘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은행장이 된 후 그는 국내 은행의 잘못된 관행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단기적 외형 성장보다는 건전 경영과 '정도 영업'을 모토로 내세운 것이다. 물론 은행장으로서 몸집 불리기와 1등 은행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뱅커(banker)는 보수적이라는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외형 성장에 무게를 뒀던 과거와 달리 균형과 내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사업과 해외 사업, IB(투자은행) 사업 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긴축 경영을 하는 동시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는 철수 및 통폐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지점과 5개 환전소에 대해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자 과감하게 철수시켰다.
이 행장은 "은행권이 국내에서 과당경쟁하고 있는데 좋지 못한 금융 관행 중의 하나가 단기 성장에 치중해 온 것"이라고 지적, "지속 성장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도(正道) 영업을 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외형 경쟁을 자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내 은행들이 1등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CEO로서 외형에 대한 유혹을 떨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은행 자체의 퀄리티, 즉 자산 건전성과 고객 서비스 제고에 초점을 맞출 때"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1등 은행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정도 경영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고객 행복을 실현하는 정정당당한 영업 방식이 바로 정도 경영"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어떤 은행인가 그에게 물었더니 '기업 금융이 강한 은행'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금융위기 직후 구조조정 심사 대상 43개 대기업 그룹 중 17개가 우리은행의 주채권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금융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감성 경영'으로 대변되는 그의 소통 경영은 직원과의 갑작스런 점심 등 '번개팅'에서부터 시작된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영업부 부부장 6명과 국숫집에서 점심 번개를 했고 지난 6월 사내 통신망에 '식사 같이 하실 분'이라는 제안을 올려 18명의 직원과 조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 감동없이 고객이 만족할 수 없고 은행이 성장할 수 없다"며 "직원 감동 없이 수익 또한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병 중인 직원과 직원 가족이 있는 영업점과 병원, 가정을 직접 찾아나서기도 하고 샌드위치데이 때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그는 "제가 잘하고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며 "잘못하면 다시 외부에서 (행장이) 오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통합 이후 첫 내부승진 은행장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달성군 가창이 고향인 그는 사대부중'부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민상기 교수와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이인원 롯데그룹 사장 등이 그의 동기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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