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시립극단 '청천'에 출연하는 배우 권혁

'서아지' 캐릭터 몰입 중... 색깔 있는 연기 펼칠 터"

그들의 핏속에는 뭔가 다른 DNA가 있는 게 아닐까. 사석에서 연극 배우들을 만나보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어떤 이는 개그맨 못잖게 끼가 넘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조용하다 못해 수줍음을 많이 타기도 한다. 대구시립극단 1년차 배우 권혁(35)은 굳이 나누자면 후자다. 권씨는 30대 남자배우 기근이 심각한 대구 연극판에서 몇 안 되는 간판 배우다.

"정극에서 이렇게 큰 역을 맡아본 건 거의 처음입니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역인데, 역시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권씨는 5,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는 연극 '청천(晴天)'의 주연을 맡았다. 청천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화한 일본인 김충선과 역시 조선에 귀화했지만 이괄의 휘하에 들어가 반란의 중심에 선 일본인 서아지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다룬 작품. 서아지는 진압군으로 나선 김충선에 쫓겨 결국 죽음을 맞는 비극적 인물이다. 권씨는 "대의명분이 분명한 김충선과 달리 서아지는 단지 내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어쩌다보니 반역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고 했다.

권씨는 고교 졸업 후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1993년 구 '민성아트홀'을 시작으로 'HMC', '마카'등에서 활동한 젊은 연기자다. 부산 출신인 그는 대구과학대 방송연예과와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뿔테 안경에 곱상한 외모는 '훈남'에 잘 어울릴법한데 그의 이력은 화려하고 거칠다. 고2때 대구의 한 극단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학교 졸업하고 오라'는 꾸중을 듣기도 했고, 대학생 때는 그냥 튀고 싶은 마음에 돌출 행동을 많이 해 '또라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군 입대 전 '뜨거운 땅'으로 전국 연극제 작품상을 함께 받기도 했고, 연극 '황태자의 첫사랑',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올해 5월에는 소극장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에서 현실 부적응의 찌질한 인물을 연기했다(원작자인 박근형이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외도를 한 적도 있다. 그는 2, 3년간 서울 영화판에서 연출부 막내로, 단역으로 출연했다. 2005년 연극 배우인 아내와 결혼해 고향에 내려갔던 그는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이듬해 대구로 왔다. 극단 마카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오디션을 통해 시립극단에 들어왔다.

그의 이력처럼 연극에 대한 생각도 자유롭다. "'왜 연극을 사수하지 않느냐'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뮤지컬이든 TV든 영화든 연기자가 갈 수 있는 무대는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는 "한때는 스펀지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대구시립극단 '청천(晴天)'에 출연하는 권혁(35)은 대구 연극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30대 남자 배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