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칙한 놈들'의 첫 장면은 발칙하다. 얼마나 발칙하기에 제목부터 그럴까 의아했는데, 연극이 진행될수록 발칙함은 폭소와 냉소를 오간다. 1시간 25분의 공연이 막을 내릴 때 처음의 발칙함은 가슴 먹먹함으로 바뀐다.
한 비뇨기과 병원에 세 남자가 등장한다. 모두 팬티 차림이다. 아니 한 남자(?)는 브래지어 차림이다. 그럴듯한 '몸짱'은 아니어서 숫제 불룩 처진 배를 하고서는 심각하고 무심한 배우들의 표정이 안쓰럽다. 등장인물들의 다소 과장된 이름은 그 배역을 잘 설명해준다. 한심한, 기필코, 양성자는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한심한은 발기부전으로 인한 무기력에 시달리다 급기야 아내가 바람이 나버리고 자식에게서도 버림받은 가장이다. 기필코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기억 때문에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다. 남자는 정력이 최고라고 믿는 폭력적 인물. 양성자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다. 셋은 서로에 대한 상처를 얘기하며 치유해 가는 듯하더니, 증오와 불신으로 비극적 결말을 자초한다. 배우 손성호, 박상희, 천정락, 구주완은 연기 경력만 도합 80년이 넘는 지역의 중견 배우다. '발칙한 놈들'은 지난해 신극 100주년을 맞아 대구에서 초연된 극작가 김재만의 작품이다. 손성호는 "가슴 찡하거나, 웃기기만 하는 요즘 연극과는 또다른 맛을 선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27일까지. 소극장 우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6시, 일요일 오후 6시(월요일 공연 쉼). 053)424-8340.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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