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의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대구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삼성 라이온즈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 보이고 프로축구 대구FC는 15위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간판 스타 김승현이 지난 시즌 말미에 연봉 이면 계약 파문 사태를 빚은 뒤 그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음달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 대구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대구FC의 처지와 닮아 있다. 오랜 경제 침체에 허덕이며 활로 모색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구는 시도별 경제 관련 통계에서 대구FC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많다. 자부심이 강한 대구 사람들은 이제 대구의 현실에 자조 섞인 탄식을 내뱉기 일쑤다. 대구 사람들이 대구FC의 경기를 볼 때에는 대구의 현실에 낙담하듯 승리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안 지면 다행이라 할 정도다. 대구FC는 올 시즌 K리그 23경기에서 3승을 올렸을 뿐이다.
대구FC는 기업형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오리온스와 달리 시민 구단이라는 점에서 대구의 모습에 근접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은 올 시즌 다소 부진했지만 내년 이후 좋은 선수들이 분발해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대구 오리온스 역시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이에 비해 대구FC는 시민들이 출자한 자본으로 꾸려가는 팀으로 재정이 약하고 스타급 선수들도 거의 없다. 이근호, 하대성, 오장은 등 한 해에 1, 2명 정도 스타급 선수들을 배출해 왔지만 돈 많은 구단들에 팔아 자금을 확보해야 했으며 올해에는 그나마 다른 팀에 팔 만큼 내세울 만한 선수조차 별로 없다.
프로축구 시민 구단이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지만 국내에선 이의를 달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대구FC는 연고지 내에 든든한 후원 기업을 물색하기 어려워 시민 구단 중에서도 살림살이가 가장 빠듯한 형편이다.
같은 시민 구단이라 하더라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대구FC에 비해 낫다. 대구를 제치고 국내 3대 도시로 올라선 인천의 연고 팀답게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해는 물론 이전에도 항상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송도 신도시 건설로 도약 중인 인천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해 막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는 후원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대구FC는 최근 수년간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할 때마다 약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순위도 앞서지 못하고 있다.
자본이 결합되는 프로 스포츠는 이처럼 도시의 경쟁력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미국의 뉴욕에는 뉴욕 양키스가, LA에는 LA 다저스가, 영국의 런던에는 첼시가, 맨체스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는 FC바르셀로나가 있고 이탈리아의 밀라노에는 AC 밀란과 인터 밀란이 있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구가하고 있고 그 도시들의 연고 프로팀들은 풍부한 자본에 바탕을 둔 강한 전력으로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대구의 형편이 당장 나아지지 않듯이 대구FC가 내년 시즌 이후에도 성적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 대구FC가 지금의 전력으로 K리그에서 우승하기란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대구는 한때 주요 스포츠에서 강세를 보였고 뛰어난 화가와 문인이 많이 나왔으며 오페라와 뮤지컬에 열광하는 문화적 저력을 갖춘 도시이다. 무엇보다도 다방면에서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등 무시 못할 전통의 힘을 갖고 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등을 계기로 대구의 저력이 다시 발휘되면 대구FC도 대구 시민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FC가 객관적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앞당겨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대구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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