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터민 질병에 시달린다…'찾아가는 진료' 시급

北서 의료 서비스 못받아 아파도 참아 병 키워

2005년 북한을 탈출해 대구에 정착한 신현숙(가명·45·여)씨는 신우신염으로 얼굴과 손발이 부어 병원을 들락날락한다. 식당일을 하다 허리까지 다친 데다 귀에도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씨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신씨의 둘째 아들은 입맛 차이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다 폐결핵에 걸려 고생했다.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의료보호 1종 수급권자이지만 치료를 받으러 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오랜 도피 생활로 심신이 움츠러든 이들을 위한 '먼저 찾아가는 의료지원 서비스'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구지역에 정착한 새터민은 500여명으로, 매달 10~15명이 새로 정착하고 있다. 이들의 건강 상태는 열악하다. (사)북한이주민지원센터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2007년 새터민 정신건강사업 최종보고'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대구경북 지역 새터민 1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1명(55.4%)이 폐질환과 혈뇨, 고혈압, 간기능 이상 등 만성질환 증세를 보였다. 요로감염, B형 간염 보균자, 폐결핵, 매독 등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전체의 37.2%(41명)로 나타났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와 진료지원 협약을 맺고 있는 대구의료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새터민 진료 건수는 모두 340여건이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새터민들은 초기에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며 "북한에서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아파도 참지'라며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 최태찬 과장(가정의학과)은 "새터민의 경우 원인을 찾기 힘든 신경성 장애가 많아 단기보다 장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재정 지원을 늘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달 15일 대구은행연수원에 새터민 70여명을 초청해 건강검진 등 현장 의료 서비스를 펼쳤다. 앞서 이달 3일에는 동부경찰서가 동구보건소 및 강남병원 등과 '건강 지킴이 협약'을 체결하는 등 경찰서별 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새터민들의 소극적 성향을 고려해 먼저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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