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山寺夜吟」/ 정철

「山寺夜吟」/ 정철

蕭蕭落木聲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 비 오는 소린가 하여

呼僧出門看 중을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月卦溪南樹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렸는데요

이미지즘의 세계에서 시각과 청각은 동전의 양면이면서 서로 길항과 교감이라는 공유의 장을 생성한다. 주정적 세계관에서도 시각과 청각은 같은 감각에서 비롯된 표현의 차이이기도 하다. 「산사야음」은 그런 면에서 감각의 전이를 잘 보여준다. 시적 화자가 찾아간 곳은 산속의 절이다. 덕담의 도중 문득 바깥의 수런거리는 소란이 화자와 스님의 대화를 잠시 침묵하게 했을 것이다. 하여 다른 스님을 보내 그 소리의 연유를 살핀 것이 시의 내용이다. 이 시에서 우리가 들춰볼 수 있는 감각은 세 가지. 낙엽지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나뭇가지에 걸린 달의 시각 풍경이 그것이다. 화자와 스님이 처음 귀기울인 소리는 빗소리로 착각한 낙엽지는 소리이다. 꽃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민감한 조선의 시인에게 낙엽지는 소리는 빗소리에 버금가는 소리를 낸다. 그 두가지 소리의 구별이 가능한 것이 당시의 문화적 두터움일 것이다. 게다가 심부름나간 스님조차 와 대신 하면서 능청스럽게 달의 소식을 가져왔다. 만약 이 시가 의미대로 직역되어 낙엽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했다는 화자의 밤 체험이라면 가편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엔 생략된 시행들이 있기에 시의 맛이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생략이란 능청스러움이다. 먼저 화자와 스님의 과 사이의 능청함이 있다. 그리고 소리 대신 풍경을 가져온 다른 스님의 능청이 있다. 그 두 능청스러움 사이에 독자가 읽는 것은 독자 스스로가 메워야 할 골계에 가까운 여백의 공간성이다. 또한 청각 이미지와 시각 이미지 사이의 교류이기도 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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