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향상을 원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수학이다. 공부량이 많아야 하는데다 각종 입시에서 중요 잣대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할 수 없을까' 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큰 만큼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교사들의 고민도 크다. 7일 오후 7시. 대구과학고 본관 5층 소강의실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가진 수학교사들이 모여 학생들이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것도 못 풀어 or 선생님 바빠=얼핏 학교나 학원의 수업 풍경과 비슷했지만, 자세히 보니 교사가 교사들을 상대로 수학수업을 진행하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이날은 동문고 지현희 교사의 '피보나치 수열'의 증명방법에 대한 문답식 강의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 교사는 "어려운 공식을 암기시킬 게 아니라 도형과 그림 등을 이용해 원리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교수법과 직접 만든 소도구들을 소개했다. 이어 다양한 판서요령, 수학적 개념을 가르치는 타이밍,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질문할 때 교사로서의 행동요령 등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를 가져올 때 풀 수 있으면 '이것도 못 풀어'하고 핀잔을 주고, 자신없으면 '선생님 바빠'라고 하지요." 지 교사가 어려운 수학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대처요령을 소개하자 33㎡(10평) 남짓한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필살기도 소개됐다. "수학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죠.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짧은 퀴즈를 낸 후 맞춘 아이들에게 '초코파이'라는 당근을 제시하지요. 한창 먹을 나이라 졸던 학생들도 벌떡 잠을 깹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교사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피보나치 수열이 증가하면서 수렴하느냐, 지그재그 형태를 가지느냐를 두고 논쟁이 발생한 것. 이후 30여분 동안 각종 수식과 증명과정이 동원된 논란 끝에 '지그재그 후 중간으로 수렴한다'고 결론지었다.
▷수학의 '참맛' 가르치는 모임=지난달부터 시작된 이 모임에는 대구 15개 고교 수학교사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수학과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이 분야 내로라 하는 교사들이다. 회원들은 매주 화, 수요일 두 번씩 모여 밤늦게까지 토론을 하고 각자의 수업 사례를 나눈다.
고교 5개 수학영역을 파트별로 나눠 팀별로 주제를 가지고 강의와 토론을 병행, 각자의 경험을 활용해 학생들의 구체적인 고민을 풀어 줄 수 있는 수업 모델을 다듬어 가고 있다. 이렇게 연구한 내용을 갖고 책도 펴낼 예정이다.
대구과학고 박규서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입시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에게 수학의 '참맛'을 가르쳐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같은 학교 배정득 교사는 "교사들 스스로 수학 문제를 만들어 직접 문제를 풀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사고 과정을 유발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창의력을 강화하는 수업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대구시교육청 이근호 장학사는 "이러한 모임이 실제 수업이나 학급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의 수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부터 중학교 수학교사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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