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용락의 시사코멘트] 대구 교육의 추락과 독서 교육

근래 지역 매스컴에서 대구 교육의 부진과 부실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 부진과 부실의 범위는 학력 부진뿐 아니라 교육 환경을 에워싸고 있는 외부 조건, 가령 교육청의 청렴도라든가 교육 여건의 불비 등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 교육청이 전국교육청 업무평가에서 7개 광역시 가운데서 2008년 꼴찌인 7위, 2006년도 하위권인 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기초학력 향상 지원 6위, 방과 후 학교 활성화 7위, 영어 교육 질 제고 7위 등 전 부문에 걸쳐 최하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2008년도 전국공공기관 부패 수준에서 교육청 청렴도가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시 교육청이 14위, 경북이 12위를 차지했고, 영어 원어민교사 배치율도 대구'경북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도시 대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뭔가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게 지역의 여론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국민 모두가 교육 전문가라는 말처럼 교육의 본질이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일가견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많은 교육론 가운데 교육의 본질은 '무지의 고통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행위'라는 김민남 선생(전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다. 덧붙여 김 선생은 인간이 무지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는 반드시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사회가 그런 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사회의 책임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평소 김 선생의 철학에 존경과 많은 배움을 얻어온 나로서는 교육의 핵심이랄 수 있는 '무지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데는 반드시 제도로서 학교 교육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학교 교육 이외의 다양한 방식, 가령 독서라든가 자연과 대화, 명상, 사색, 운동, 놀이와 같은 탈학교적인 방식으로도 우리는 무지의 고통에서 벗어나 앎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나는 특히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보다 명료하고 폭넓게 알 수 있고 미래에 대해 예견할 수 있다. 독서와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말은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인데 그가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폐족(廢族)으로서 세련된 교양이 없으면 더욱 가증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천히 여기고 세상에서 얕잡아 보는 것도 서글픈 일인데 너희들은 지금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며 얕잡아 보고 있으니 비참한 일이다'고 귀양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독서를 하지 않는 행위는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는 행위라는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준열한 꾸짖음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대학 때 배운 20세기 미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한 논문에서 훌륭한 비평가는 폭넓고 분별력 있는 독서 능력과 날카롭고 끈질긴 감수성을 결합시키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폭넓은 독서가 가치 있는 것은 단지 풍부한 지식을 축적하는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혹은 극소수 몇몇 사람에게 압도되지 않고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인생관을 마음속에 가져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고 말한 내용이다. 책 읽기를 통해 특정 도그마에 빠지거나 편협한 인간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관대하고 지혜로운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교육의 핵심을 인간 내부에 있는 천성을 계발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반문명적, 반사회적 교육에 관심을 보인 18세기 계몽교육자 장 자크 루소는 '에밀'이라는 책에서 '15세에서 20세까지 도덕과 종교 교육'이라는 부분에서 '청년기는 복수의 시기도, 증오의 시기도 아니다. 그 시기는 연민과 관용과 동정의 시기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교육이나 입시제도는 사실 이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친구들에 대한 관용이나 동정이 아니라 쓰러트려야 할 차가운 경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바꾸고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변화의 근본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관용이 살아 있는 휴머니즘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 방법으로는 독서를 중요하게 고려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

시인'경북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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