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대통령의 용기(마이클 베슐로스 지음/정상환 옮김/지식의 숲 펴냄)

그들은 결코 국익을 포기하지 않았다

9명의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역경에 어떻게 맞섰는 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대통령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 베슐로스는 대통령을 성인이 아니라, 국가적 이해관계와 선거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왕좌왕하며, 교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겁 많고 자기 보호적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을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많은 미국 대통령들은 정치 생명에 위험이 닥치는 순간일지라도 국익을 위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의 거대한 무대 위에서 열연했다. 그들이 성인이 아니라 심약한 인간이었기에, 겁이 많았지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들은 후세에 더욱 빛나는 인물로 남았다.

워싱턴, 애덤스, 잭슨,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트루먼, 케네디, 레이건. 이들은 모두 위기의 시대에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미국의 대통령들이다. 그들이 내린 선택은 반대파 당이나 언론의 큰 비난을 받았다. 이 중 세명은 암살 위협을 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옳은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두 번 역임했다. 국부로서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영국과 또 한 번의 전쟁을 앞두고 고민 끝에 평화를 선택하고 대법원장 존 제이를 런던으로 보냈다. 이른바 평화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조약이 치욕적이라고 생각한 미국인들은 그의 탄핵을 주장했고, 일부에서는 처형을 요구했다.

미국인들은 다시 영국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치가들은 정당이나 정파에 관계없이 워싱턴을 비난하고 국민들의 맹목적 환상을 지지했다. 조지 워싱턴은 그 조약을 통과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의회를 설득했다.

"국가가 하찮은 것 때문에 조급하게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당황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년간의 평화 후에는 인구와 자원이 우리가 기대하던 대로 급격히 증가하여, 미국인은 지구상 어떠한 강국과도 능히 싸울 준비가 될 것이다."

제이 조약에 따라 영국은 북서부 영토의 거점 지역에서 철수했고, 미국인들은 서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미국은 자신들의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었고, 워싱턴이 예견한 대로 1812년 영국과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를 거뒀다. 워싱턴은 초대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후임자들을 위한 선례가 될 것을 늘 염두에 두었다.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당장은 인기 없는 견해를 받아들이도록 의회와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활용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인기를 떨어뜨리거나 선거에서 패하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지은이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을 자랑할 의도는 없다. 다만 끊임없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용기 있는 지도자들이 전쟁과 평화, 인권, 연방 정부와 기업 및 금융계 간의 적절한 힘과 균형과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 어떻게 용기 있게 대처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실시간 의사소통, 여론 조사, 돈 등 현대 정치 문화는 미국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들이 끝끝내 현명했던 사실과,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464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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