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군 제대 후 컴백한 김태우

한번 들으면 중독되는 '태우 바이러스'

여느 가수에 비해 제대 후 신보를 내는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러나 시간을 더 들인 대신, 그는 완성도 있는 음반을 갖고 나왔다. '태우(T) 바이러스'라는 제목처럼 앨범 수록곡들은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을 지녔다. 김태우가 가사를 쓰고 이현승이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비'는 각종 차트에서 수주 동안 1위를 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2005년 그룹 '지오디(god)' 활동을 한 이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못해봤다는 김태우는 4년의 한을 풀 듯, 요즘 연일 1위 행진이다.

"군대에 있을 때 음악으로 많이 위로를 받았어요. 나 역시 사람들에게 그런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죠. 이번 앨범은 정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타이틀곡도 8번이나 바뀌었어요. 그러다보니 7월로 예정됐던 신보 발매 계획이 계속 미뤄진거죠."

군 생활로 2년이나 공백를 가졌던 터라 조바심이 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7개월 준비의 시간이 지금의 인기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어차피 2년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한두 달 미뤄지는 것으로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감이 있을 때 음반 활동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거에요."

이번 앨범은 파트1과 파트2로 나뉜 신보 중 파트1에 해당된다. 김태우와 이현승이 프로듀싱을 맡은 파트1은 밝고, 긍정적이고, 신나는 노래로 채워졌다. '사랑비'는 업템포의 희망 가득한 사랑노래이고 '점점점' '내가 야! 하면 넌 예!' 등 수록곡 역시 밝고 유쾌하다.

그러나 연말쯤 발매될 예정인 파트2에는 이번 앨범 수록곡과 사뭇 다른 색깔의 노래들이 담길 예정이다. 다양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의 소망대로, 김태우는 벌써부터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우는 모범적인 군 생활 때문에 제대 후 인기가 더 높아졌다. 그는 연예인으로서 특이하게도 강원도 화천의 수색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 성실한 군복무 태도를 인정받아 전역과 함께 군단장 표창장, 사단장 표창장, 화천군수의 감사패 등을 받았다.

"주어진 환경을 즐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많이 낙천적이죠. 저도 처음 군대에 갔을 땐 5~6세나 어린 친구들과 군 생활을 하는 게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을 조금 고쳐 먹으니까 할만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다시 가고 싶은건 아닙니다."(웃음)

군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자신이 유명한 가수라는 사실도 망각해버렸다고 했다. "제대할 때 취재진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그 때 내가 가수였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빨리 음악인으로서의 감을 찾기 위해 제대한 날 팬미팅을 하고 미니콘서트를 열었죠.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행복하고, 큰 사랑을 받아서 더욱 기쁩니다."

김태우는 지난달 자신이 복무하던 이기자 부대에 공연을 하러 다녀왔다. 이기자 부대와 인근 마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기자 페스티벌'에 KBS 2라디오 '이윤석 윤정수의 오징어' 공개방송 무대가 열리면서 게스트 무대를 꾸민 것이다. 그는 이 무대에 출연료도 받지 않고 섰다. 출연료 정산이 끝난 후 그 곳에서 무대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태우는 복무했던 부대를 찾는다는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부대로 달려갔다.

다른 연예인보다 조금 힘들게 군 생활을 한 김태우. 하지만 그것으로 생색을 낼 생각은 없다.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거나 홍보지원반 등에서 복무하는 동료 연예인들도 나름의 고통이 있다며 두둔했다.

"어떻게 복무를 하던 연예인에게 2년은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공익근무든 현역복무든 군대는 다 힘들어요. 특히 자유롭게 살았던 연예인에게 공동체 생활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죠. 연예인이 어떤 형태로 군복무를 하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성공적으로 컴백하긴 했지만 김태우에게도 2년의 공백은 부담이었다. 군 입대 전에 비해 가요계는 훨씬 화려해졌고, 흐름도 빨라졌다.

"요즘 일부 음악 속에는 진정성이 빠진 것 같아 아쉬워요. 화려한 포장지로 쌓여있으면 그에 걸맞은 선물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포장지에 비해 선물이 별로이면 실망감이 더 크잖아요. 가요팬들이 20대 이후 가요에서 멀어지는 것에는 가수들의 책임도 있어요. 가요계에 다양성이 사라지니까 20대가 지나면 식상해지는거죠."

김태우는 팬들에게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할 생각이다. 새로운 음악으로 화려한 포장지에 부합하는 값진 선물을 안길 계획이다.

"록, R&B, 블루스, 하우스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할 겁니다. 내년에는 밴드 음악을 해 볼 생각도 있어요."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댄스곡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태우는 댄스그룹인 god 출신이다. 김태우는 이 질문에 "춤 연습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팬들이 들으면 꽤나 기뻐할 소식이다.

김태우의 댄스곡만큼이나 궁금한 것이 god의 재결합 여부. 그는 "다들 바빠서 올해 안에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모두의 의지가 뭉쳤을 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뒀다.

데뷔 10년 맞은 중견가수 김태우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겠다는 목표보다 주변사람들과 잘 융합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선배에게 사랑받고 동료에게 인정받는 멋진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노래로 기쁨과 슬픔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태우는 10월 31일과 11월 1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펼쳐지는 대형 콘서트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호흡한다. 12월에는 자신의 단독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멋진 가수' 김태우가 꾸미는 오랜만의 무대, 놓치면 한동안 후회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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