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는 비일상적인 음식이다. 평범한 상차림에 작은 케이크만 하나 더해도 근사한 파티 분위기로 변신한다. 케이크가 예술과 만나면 더욱 특별하다. 23일부터 25일까지 대백프라자 프라임홀에서 지역에서 처음으로 작품 케이크 전시회가 열렸다. 지니케익아트스쿨(053-795-5004)이 우리에게 낯선 '케이크 데코레이션'과 '슈가크래프트'를 선보이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다.
그곳에서 만난 케이크는 어릴 적 판타지를 떠올리게 했다. 바비 인형의 풍성한 드레스, 과자로 만든 집, 토마스 기차도 케이크로 만들었다. 천연색소를 넣은 설탕, 버터크림을 재료로 만들어 달콤한 것은 물론 화려하다. 특히 케이크 위에 장식된 꽃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 위에 '생화'인 듯 자리 잡고 있는 꽃들은 모두 설탕으로 만든 작품. 달콤한 향기가 더해져서 진짜 꽃보다 더 생생하다.
전시장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아름다운 신부'. 마네킹에다 설탕으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혔다. 미니스커트는 많았지만 이처럼 긴 드레스 전체를 설탕으로 만들어낸 것은 김정계(37) 지니케익아트스쿨 원장이 처음. 작품을 위해 설탕 350㎏이 들었다. 설탕을 녹여 젤라틴, 물엿 등과 섞어 반죽을 한다. 손으로 오랫동안 치대면 설탕이 쫀득해지고, 천연색소를 넣어 색을 낸 후 밀거나 만들어 작품을 만든다. 드레스의 정교한 주름도 정확하게 재현했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운반하는 데에만 장정 4명을 동원, 겨우 옮길 정도였다.
김 원장은 인생의 다양한 변곡점을 거쳐왔다. 성악 전공으로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를 하다가 결혼 후 일을 그만둔다.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거치며 한식, 이태리 요리, 비즈공예, 종이접기 등 온갖 일을 취미삼아 배웠다. 그러다 어느 날 케이크와 만난다.
"3년 전 인터넷을 통해 정말 예쁜 케이크를 봤어요. 그길로 케이크 데코레이션을 배우기 위해 매주 서울을 오갔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저도 행복해서 계속 배웠는데, 너무 많이 와버렸네요."
그는 서울뿐만 아니라 미국에 가서 직접 케이크 데코레이션과 슈가크래프트를 배웠다. 한번 일을 잡으면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탓에 밤을 새우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같이 서울을 오간 적도 있다. 한창 배울 때는 일주일에 절반은 밤을 지새웠다. 세계 권위자들의 특강은 1, 2년 전에 예약해서 참가하기도 한다. 일년에 두 번쯤 권위자로부터 트레이닝을 받는다.
시간이 많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그는 초교 2학년, 7세, 3세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애 좀 키워놓고 일을 찾겠다는 엄마들이 많지만, 내게 딱 맞는 여건은 평생 살아도 만나기 힘들어요. 일을 하기 힘든 이유는 수십 가지가 넘겠지만 그게 일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죠."
그는 케이크 데코레이터와 슈가크래프터라는 신종 직업의 전망이 밝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파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파티 케이크는 파티의 꽃. 나만의 메시지와 디자인을 담은 케이크는 특히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티라고 생각하면 거창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쿠키 하나 앞에 두고도 아이들과 둘러앉아 의미를 부여하면 파티예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작은 것이라도 나눠 먹는 삶의 유쾌한 방식입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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