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가정상담 봉사자가 외국인 며느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불행한 외국인 며느리 못지않게 그들로 인해 가슴앓이하는 한국의 시어머니도 의외로 많더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부자 나라니까 자신을 고생시켜서도 안 되고, 자신은 약자이기에 이해해줘야 한다'고 고집하는 외국인 며느리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한국 가족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 이주민에 대해 너무 온정적이거나 무조건 베풀어야 하는 대상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구경북에는 결혼이주민이 1만명을 넘는다. 대구는 5천명, 경북은 8천명에 이른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다문화사회를 맞아 지자체들은 마치 경쟁하듯 다문화가정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해왔다. 이 과정에서 외국 이주민에 대한 관심 촉구가 마치 그들은 우리들이 '보살펴야 할 상대'라는 인식을 주었고, 그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한다는 것이 우리 문화의 일방적인 강요가 되고 말았다.
요란스러웠을 뿐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추석 때면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송편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행사는 많았지만 정작 그들의 명절 문화를 소개하려는 지자체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따뜻한 시선으로 외국 이주민을 대하자는 구호는 많았지만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을 인정하려는 노력은 보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본 세계사 수업 현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곳에서는 각 단원에 해당하는 나라의 학부모들이 전통복을 차려입고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생활방식을 가르쳤다. 교육을 통해 이방인도 당당한 우리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고 그들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침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지원하고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서란다. 지원도 좋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다문화사회는 일방적인 베풂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확산이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다.
행복한 다문화사회는 돈을 왕창 퍼붓거나 떠들썩한 행사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경북도가 더디지만 제대로 된 접근을 하길 기대한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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